'박성광 포차' 선정성 논란...주점 간판·메뉴판 '19금'
간판 단속 기준 모호하고 메뉴판 근거 규정 없어
전문가 "시대착오적 발상...성 배제한 홍보해야"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직장인 최모(30)씨는 최근 지인들과 술자리 내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신년회를 위해 찾은 주점 메뉴판에 선정적인 문구가 가득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벽에 걸린 낯뜨거운 그림도 눈을 돌리게 했다. 최씨는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지만, 분위기를 깰까 눈치만 봤다"고 털어놨다.
개그맨 박성광(37)씨가 운영에 참여한 포장마차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주점 홍보를 위해 이용하는 성적 문구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구는 불편을 넘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또한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워 홍보 효과가 되레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넘쳐나는 19금 간판·메뉴판
서울의 A주점 메뉴판에는 "하느님 믿으면 천국 가고, OO 믿으면 OOOO"는 낯뜨거운 문구가 적혀 있다. 음식 이름 앞에도 노골적인 문구가 채워져 눈을 의심하게 한다. B주점 메뉴판에서도 '쭉O빵O'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가게의 얼굴인 간판도 마찬가지다.
점주들은 재미를 위한 것일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주점을 2년간 운영한 이모(50)씨는 "재밌게 웃고 넘어가는 손님들이 많고 오히려 수위를 높여달라는 사람도 있다"며 "그간 문제없이 가게를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B주점 최모(46)씨도 "이곳을 오는 손님들 모두 성인이다"며 "싫으면 다른 곳을 가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불편을 느낀 손님들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술자리' 특성상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씨는 "사람들은 재밌다며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라며 "그때 본 문구가 생생하게 기억나 불쾌하다.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류모(32)씨는 "자기 취향에 맞는 저렴한 농담이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울 줄 아는 사람이 간혹 있다"며 "그런 식으로 농담하고 재밌어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누군가에겐 폭력"...지자체 "단속 어려워"
여성단체는 재미를 위한 표현이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길양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성을 웃음코드로 삼는 것은 인권인식에 있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라며 "성을 희화화한 표현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은 금지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단속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또 옥외광고물인 간판과 달리 주점 안의 메뉴판은 단속 대상이 아니어서 아무리 선정적이더라도 손쓸 수 없는 실정이다.
◆"사회적 공감 얻지 못해" vs "다양성 추구해야"
성을 소재로 한 간판과 메뉴판 홍보와 관련해 광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성 관련 이슈가 예민해진 상황에서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거나, 다양성 측면에서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범 전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겸임교수는 "성을 소재로 한 간판이나 메뉴판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봐야 한다"며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사회 분위기에 맞춰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동 거리에서 재밌는 간판을 볼 수 있었는데, 이처럼 성을 배제한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김혜성 대구가톨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섹스어필을 통한 홍보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자극해 관심을 끄는 효과가 있다"면서 "민주국가로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