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벌금 500만원 선고유예
재판부 "감금 주도 안했다지만... 공모 관계 인정돼"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대학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이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18일 특수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16학년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최모(27)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시 시위를 주최했으나 점거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고 이를 주도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면서도 “현장 시위자들의 의견 취합 당시 내부에서는 암묵적으로 피해자들을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의사 결합이 이뤄졌다”고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또 “감금 시간이 길고 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가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범행은 이대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학내 갈등이 원인이 된 점, 피고인 등이 대학 평의원 반대 집회를 주최했으나 감금 개시 후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설득하려 한 점, 교수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법 zunii@newspim.com 2018.06.04 <사진 = 김준희 기자> |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할 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기간 동안 특정한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총학생회장이던 최씨는 2016년 7월 28일 오후 1시45분부터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에 반대하며 학생 수십명과 함께 본관을 점거했다. 이로부터 30일까지 약 47시간 동안 교수 4명과 교직원 1명 등이 나가지 못하게 한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사안 자체가 가볍지 않아 범죄가 인정되고 처벌 필요성이 있다”며 지난해 12월 14일 최씨에 대해 징역 9월을 구형했다.
최씨 측은 “사전 감금 계획이 없었고 고의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시위가 진행되며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변론한 바 있다.
최씨의 변호인은 “시위를 총학생회가 끌고 나간 것도 아니고 주동자 없이 민주시위라는 큰 틀을 유지했다”며 “시위 이후 국정농단도 밝혀지고 긍정평가 된 부분도 있어 무죄를 주장해왔는데 예상치 못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