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도 본 드라마 ‘SKY 캐슬’...학부모들 사이에서 공감
드라마 속 고액 코디 실제로도 존재…학생 매니저도 인기
입시 컨설팅, 학부모와 업계는 “학종 폐해”라며 절레절레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해요.”
최근 주목 받는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선 은행이 VVIP 고객을 대상으로 베테랑 입시 코디네이터를 연결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최고의 입시 코디네이터 눈에 들기 위해 상류층 학부모들은 본인의 ‘스펙’까지 공개하며 경쟁을 펼친다. 이렇게 어렵게 매칭된 입시 코디네이터에게 학부모가 내야 하는 컨설팅 비용은 ‘억대’로 묘사된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과열된 경쟁은 ‘입시지옥’으로 묘사되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씁쓸하리만큼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최근 “(드라마가)과도한 부분도 있지만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만, 학부모들은 현실의 입시경쟁이 드라마 속 내용보다 훨씬 더하다며 고개를 젓는다.
[사진=SKY 캐슬 공식 홈페이지] |
올해 아들을 의대에 보낸 김모씨(서울 목동·여)는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뒷받침돼야 명문대에 합격시킬 수 있는 현실에 치를 떨었다. 김씨는 “아무리 아이의 학업 성적이 우수해도 부모의 ‘능력’이 없으면 합격은 욕심일 뿐이란 걸 깨달았다”며 “형편이 비슷한 엄마들끼리 모이면 ‘자식들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를 자주 꺼낸다”며 혀를 내둘렀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특히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에 쏠리고 있다. 입시업계와 학부모들은 드라마처럼 VVIP만 상대하는 입시 컨설턴트가 실존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유명한 입시 코디네이터라고 힘들게 소개 받았지만 아들 내신 성적이 전교 5등 밖이어서 수시 상담은 받을 수조차 없었다”며 “보통 서울대를 많이 보낸 자사고 출신 선생님들이나 입학사정관 출신이 인기가 많고 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1년에 2000만~3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귀띔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 또한 “강남에선 이미 7~8년 전부터 ‘학습 매니저’가 있었다”며 “연예인 매니저처럼 아침부터 스케줄·스펙·내신 관리 등을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학원가에선 강남의 한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이름을 딴 팀이 전설로 통한다. 입시 컨설턴트 A씨는 “전과목 전문 과외에 명문대 학생을 멘토로 붙여준다”며 “이렇게 해서 한달에 2000만원선에 한 팀 씩 꾸렸다”고 전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입학할 고등학교를 졸업한 명문대 학생을 선호한다. 생활기록부와 내신 ‘족보’, 명문대 자소서 등 보다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다. 김씨는 “학교 측에서 예비 입학생에게 해당 학교 졸업생을 소개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나마 저렴한 학생 코디인 셈”이라며 “고액 과외가 아니더라도 워낙 암암리에 일어나는 일이니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용근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입시 컨설팅은 학생의 현재 성적을 토대로 주력할 부분 등을 컨설팅해주는 것”이라며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학교생활기록부가 완성되는 겨울방학 시기 이후에 모의고사 성적과 함께 입시와 관련된 컨설팅 의뢰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대입 구조는 사교육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측면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드라마처럼 고액 입시 코디네이터가 생활기록부 등을 만들어 주면 학생 본인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 능력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는 학종의 맹점”이라고 주장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