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백화점 3사 명품 매출, 거의 20% 신장세 기록
백화점, 상위 3% 고객이 매출 40% 차지하는 구조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고소득층을 잡기 위한 백화점들의 움직임이 새해부터 분주하다. 지난해 경기 불황에 따른 내수 침체로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면서 명품 소비가 백화점 전체 실적을 견인했기 때문.
갈수록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백화점 업계는 올해도 고액 소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명품 판매와 VIP 고객을 중심으로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며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두 자릿수 신장세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성장률은 18.5%로 전년(5.5%)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도 명품 신장률이 각각 18.3%, 19.9%에 달했다. 명품 소비가 성장절벽에 부딪친 백화점의 성장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매출 구조도 극단화됐다. 대부분의 백화점에서 상위 3%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40%를 책임진다. 사실상 VIP 고객이 백화점 매출을 떠받치는 구조다.
이 같은 소비 양극화 현상은 소득 양극화에 기인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분배 격차는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치달았다.
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대비 7.0% 감소한 반면, 상위 20%(5분위)의 소득은 오히려 8.8% 늘어났다.
현대백화점에 한 고객이 해외 패션브랜드 상품을 고르고 있다.[사진=현대백화점] |
벌어진 소득 격차가 고스란히 소비 격차로 이어지며 소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 가구의 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은 1분위가 1.1% 줄어든 반면 5분위는 5.3% 증가하며 대조를 이뤘다.
올해 백화점의 성장 전략도 소비 양극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각 업체는 연초부터 대대적인 해외 명품 브랜드 행사를 전개한다. 지난해보다 시기를 앞당기고 규모도 확대해 명품 판매 호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9일부터 총 1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해외명품대전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는 프리미엄 패딩에 집중해 역대 최대 금액인 15억원 가량의 물량을 준비했다.
현대백화점도 전국 7개 백화점과 2개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올해 첫 해외패션대전을 연다. 오는 16일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총 180여개 해외패션 브랜드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패션 상품군은 높은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행사 시작일을 지난해보다 2주 가량 앞당기고, 추워진 날씨에 맞춰 브랜드별 아우터 상품 물량도 작년보다 30~50% 늘렸다"고 말했다.
백화점의 큰 손인 VIP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차별화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지방 갤러리아 VIP 고객들이 밴 차량을 타고 서울 갤러리아명품관에 하차하고 있다.[사진=갤러리아백화점] |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방 VIP 고객을 위한 ‘그레이트 쇼핑’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천안·대전 등 지방 상위 1% 고객들이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명품관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밴에 태워 모셔오는 서비스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해 목표 매출을 150% 초과 달성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 외에도 올해 안에 갤러리아타임월드 VIP 고객만을 위한 VIP 클럽 라운지를 백화점 외부에 별도로 신설할 계획이다. VIP 클럽 라운지는 갤러리아가 엄선한 상품과 VIP 고객만을 위한 커뮤니티룸과 휴식 라운지 등 서비스가 접목된 공간으로 구성된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5단계였던 VIP 등급을 6단계로 확대하는 등 진입 문턱을 낮춰 VIP 고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엔트리 등급인 ‘레드’ 전용 특가 상품을 확대해 젊은 VIP 확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 성향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백화점의 마케팅 초점은 고가·고품질·명품화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최상위 계층 중심의 고가 소비가 백화점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