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환자 상담하다 우울증 전이되는 경우 많아"..대책마련 절실
정신과 간호사 '환자' 돌보다 폭행·성추행 당하기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최근 진료를 받던 환자가 정신과 의사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정신과 의료진들이 극심한 우울증 등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신체를 보호할 장치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해소할 방안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오후 5시 44분쯤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상담하던 B교수가 환자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중상을 입은 A교수는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저녁 7시 30분쯤 숨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칼을 휘둘러 살해한 피의자 박모 씨가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1.02 leehs@newspim.com |
이를 두고 정부가 비상 호출벨 설치 등의 보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들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7년 정신간호학회지에 실린 ‘정신간호실습에서 간호학생의 역전이 경험’ 논문을 살펴보면, 정신간호실습에 참여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환자들을 돌보면서 △연민 △안타까움 △과도한 지지 등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환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문제가 자신에게 옮겨 오는 ‘전이 현상’을 경험했다.
특히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환자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환자들에 수시로 노출되는 특성 탓에 △분노 △당황 △모멸감 등을 겪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 2010년 발표한 ‘아임상 및 경증 우울증 자기관리법의 효용성 연구’에 대한 연구에서도 정신과 전문의 상당수가 ‘우울증’을 호소했다.
정신과 전문의 201명을 대상으로 한 해당 조사에서 최근 1년간 가벼운 우울감 또는 무기력감을 2주 이내로 경험한 비율은 의사 65.6%(132명)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우울증을 겪은 셈이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직업 특성상 선뜻 정신과 진료를 받기 어려워 스스로 ‘자기관리’를 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정신과 전문의 중 83%가 ‘자기관리법’을 사용했는데 이는 일반인의 65%에 비해 23%p나 높은 수치다. 이 중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전문의는 6.0%에 불과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신과 전문의는 종일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우울감이 전이되거나 폭력적인 성향의 환자들로부터 신체적 위협을 받다 보니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물리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전문의들의 정신건강을 회복할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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