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가 눈에 띈다. 12월 들어서만 1조6600억원 순매수다. 선행 지표 관점에서 향후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긴 하면서도 자금 흐름의 방향성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은 선물에서 1조657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석 달만의 순매수 전환인 동시에 매수 규모도 작지 않다. 앞서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지난 10월 7987억원, 11월 6839억원 순매도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기존 매도 포지션 청산일 수도 있고, 신규 포지션을 쌓는 걸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든 긍정적인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매도 롤 오버 숫자가 점점 줄고 있다"면서 "매도 강도가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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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 선물 수급 현황 <자료=삼성증권> |
이 같은 외국인의 움직임과 함께 최근 신흥국 ETF를 중심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다.
미래에셋대우가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신흥국 주식형 펀드가 모든 지역에서 순유입되며 10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주 신흥국 주식형 펀드는 45억1000만달러 순유입됐다. 순유입 규모도 전주 대비 1억8000만달러 확대됐다. 절대적인 유입 규모도 2018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에 향후 국내 증시의 수급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외국인 수급의 방향성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창규 연구위원은 "이머징마켓 ETF 쪽에서 돈이 들어오는 건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한국물을 산다고 연결짓기엔 무리다. '정중동', 고요한 가운데 조금씩 사고 있는 느낌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물 쪽도 매도 강도가 약화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매도이니 긍정적이라 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병현 연구위원은 "코스피는 여전히 순매도다"며 "사실상 신흥국 ETF 흐름은 나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국 쪽으로 의미 있게 들어오고 있진 않다는 건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달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선 5535억원 순매도 중이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업종을 중심으로 2430억원 순매수하고 있는데 이 또한 크게 의미를 둘 만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을 포함, 신흥국 전체에 대해 낙폭이 과대하다는 주장들이 좀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고, 그래서 신흥국을 봐야 한다는 관점에서 코스닥 개별종목들에 대한 매수가 이뤄진 것 같다"고 했다.
조병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 쪽과 미국 쪽 악재들 모두 반영되는 증시다 보니 사후적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월 이후 저점 모색 과정 이후 들어올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로 돈이 들어오려면 거시환경과 IT 쪽이 좋아져야 하는데 지금은 둘 다 안 좋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