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보일러 등 시민 관심 급증‥정기점검은 여전히 '무관심'
"공동주택 많아"‥정부 차원 전체점검·안전규정 강화 목소리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 펜션 참사’를 계기로 가스보일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시민들 사이에선 강제조항이 없으니 정기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시민 생명과 재산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어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서 10년 이상 된 노후보일러는 총 131만1757대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노후보일러는 열효율이 낮고 초미세먼지를 발생하며, 가스 누출 시 안전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후보일러는 초미세먼지의 주 요인인 NOx(질소산화물)을 기준치(20ppm)의 최대 86%(173ppm) 이상 뿜어낸다. 배관 내에 먼지나 녹, 등 이물질이 축적되면 열효율이 떨어지고 배관 이탈 등에 따른 중독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노후보일러는 열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의 주범으로도 지목되는 실정이다.
◆"돈 드는 정기점검을 누가" "일부 수리비 부풀리기 무서워"
[강릉=뉴스핌] 이순철기자= 18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학생 10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이 입구를 통제하고 조사를 하고 있다.2018.12.18. |
전문가들은 가스보일러가 에어컨 실외기와 마찬가지로 주기적 점검 및 청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품질보증기간이 지나면 정기점검이라도 돈이 들어 실제 신청하는 가정은 드물다.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가스보일러 정기점검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요금이다. 경동나비엔에 따르면 보증기간이 만료된 보일러는 출장비(평일 1만5000, 주말 2만원)가 기본 발생한다. 점검결과에 따라 배관 교체나 청소 등 추가비용이 나올 수 있다. 이는 보일러 업체마다 거의 비슷하다.
노원구 공릉동 빌라에 거주하는 주부 최민경(34) 씨는 “가스보일러 본체에 '1년에 2회 정기점검 및 청소를 받으라'고 적혀있긴 하다”면서도 “이상이 없는데 사람을 불러 돈을 주고 점검하는 가정이 몇이나 되겠나”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평균 난방기간은 연중 5개월이 넘고, 온수는 1년 내내 쓰는 가정이 많아 가스보일러는 사계절 가동되는 기기”라며 “사용연수에 관계없이 정기점검 및 청소를 받아야 제대로 된 성능발휘는 물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년에 두 번 실시하는 가스정기검침을 보일러점검이라고 착각하는 시민도 많다”며 “정기검침은 도시가스 사용량을 체크하고 간단한 누출 정도만 살피는 것으로, 배관 등 문제는 잡아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멀쩡한 보일러가 고장이라고 속이거나 수리비를 부풀리는 일부 업자도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센서 등이 망가져 20만원 나온다더니, 패킹만 바꿔도 잘만 돌아가더라. 출장비 포함해 3만원 나왔다” “무조건 보일러 교체라고 우겨서 인터넷 찾아보니 ‘보일러수리 눈탱이(바가지의 속어)’란 글이 수십 개 나오더라” 등 관련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노후보일러 점검 규정 느슨" "국가가 규정 마련해야"
‘강릉 펜션 참사’를 계기로 가스보일러 점검 시스템을 바꿔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일러 전문가들의 방문점검 외에 국가가 정기점검을 실시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자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스보일러 정기점검이나 청소,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 등에 대한 규제가 없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와 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가스공급업체가 6개월에 1회 이상 가스사용시설 안전관리를 할 뿐이다. 당연히 가스보일러 점검은 사용자 몫이다.
금천구에 사는 주부 황영선(40)씨는 “보일러업체가 정한 점검기간을 사용자가 안 지킨다면,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면면 될 것”이라며 “요금을 불려서 받는 일부 양심 없는 업자의 경우, 강한 단속 등 보완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서울시] |
공동주택이 많은 만큼 서울시 등 지자체 차원의 정기점검을 늘려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씨는 “주민들이 합의해 정기점검을 받는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면, 수많은 공동주택이 보일러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라며 “아파트는 우리집만 잘한다고 불이 안 나는 게 아니다. 점검비를 내더라도 보일러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 김진숙 주임은 “일상적 보일러점검과 별도로, 12월엔 시내 132만 노후보일러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라며 "서울도시가스 등 5개 회사가 구역별 69개 고객센터를 통해 가스누출여부와 배관 및 연통 노후, 틀어짐, 천공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방·발전 부문은 서울시 초미세먼지 발생의 가장 큰 비율(39%)을 차지하며, 가정용보일러가 이 중 46%나 되는 만큼, 안전뿐 아니라 환경을 위해 보일러 정기점검에 대한 자발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