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9일 서울에 도착하자마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 완화 검토 방침을 시사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꺼낸 인도적 지원 제재 면제 카드가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에게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다음주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종교 단체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 활동하는 많은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이 엄격한 국제 제재로 인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인도적 지원이 종종 지연된다는 우려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에 미 지원단체들과 마주 앉아 적절한 대북 지원을 더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 대표가 19일 인천 국제 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비건 특별대표는 또 미국은 유엔과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면제 방안을 자세히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미국이 내년 초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의 대북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국제사회와 미국의 인도주의 단체들은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엄격한 대북 제재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선을 호소해왔다.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도 지난 12일 소식통을 인용,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이 결핵과 말라리아 치료를 위한 의료장비의 북한 조달조차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강력한 대북 제재 방침이 유지되면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사업도 애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도 최근 국제적십자·적신월사 연맹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허가한 사실을 밝히는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를 확대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와 미국인의 여행 금지 조치 완화를 시사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게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에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북한이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북미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표류 상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저녁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 국무성 등이 우리에 대한 제재 압박과 인권소동의 도수를 전례없이 높이는 것으로 우리가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계산하였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면서 “오히려 조선반도 비핵화에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꼬여있는 북핵 협상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다소 완화된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강경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최근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다면 제재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건 특별 대표의 서울 발언도 이와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 위원장과 독대하며 대북 협상을 주도해왔던 ‘폼페이오 장관의 지시’ 임을 앞세워 북한의 호응을 거듭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비건 특별 대표는 대북 인도적 지원 발언 이외에도 한국 정부와 함께 한반도를 분단한 70년 간의 적대주의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도록 북한과 대화하고 접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새로운 북미 관계와 한반도 평화 정착 구축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변함없는 의지를 거듭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 순순히 화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뉴욕타임스(NYT)도 비건 특별 대표의 발언이 “북한에 압박의 일부를 풀어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면서도 이를 통해 북한의 충분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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