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속성·취업지원 실효성, 수준 미달”
“고용률에만 급급...미래 산업비전 제시 못해”
저임금 일자리뿐, 취업해도 1년 안에 다시 '백수'
"큰 틀에서 정책 방향 고민해야"
[편집자주] 수천억원 청년일자리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 ‘취업 알선’을 돕고자 도입한 취업성공패키지가 현장에선 ‘공돈 벌이’ 용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고용 절벽 위에 선 청년들의 정책 만족감도 높지 않다. 설상가상 올해 청년취업률도 제자리 수준. 취업성공패키지의 허점을 들여다보고 바람직한 취업지원 정책의 방향을 모색해본다.
[서울=뉴스핌] 박진범 김준희 기자 = 정부의 대표적인 취업 지원 정책 중 하나인 취업성공패키지가 저소득층·청년 취업 알선을 돕고자 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선심성 복지'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사회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년구직자에게 미래산업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스핌 DB] |
◆"일자리 지속성 담보 안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취업관련 지원정책이라기보다는 복지 지출에 가깝다”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성 교수는 평소에도 취성패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일자리예산’이라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성 교수가 지적하는 가장 큰 제도적 결함은 일자리 ‘지속성’과 정책 ‘실효성’이다. ‘지속성’은 구직자가 정책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얼마나 오래 회사를 다니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지속성 측면에서 취성패는 낙제점에 가까워 보인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상담사가 알선해주는 일자리가 구직자 현실과 맞지 않다는 불평이 나온다. 일자리 질에 대한 볼멘소리도 많다. 올해 3월 취성패 과정을 밟은 A(26·명지대)씨는 “나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취업 알선해주는 자리가 모두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이 많다”고 성토했다.
지난 4월 참여했던 김다영(26·백석대)씨도 “예술전공자들은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등 가뜩이나 처우가 좋지 않다”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일자리마저 처우가 좋지 않으면 백수는 어디서 직장을 얻느냐”고 토로했다.
성 교수는 취성패가 일자리 지속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정부에서 만들기는 힘들고 기업들이 만들어야한다”며 “(취성패처럼) 보조금을 그냥 주는 형태가 되면 안 되고 구직자가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좀 더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짜야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정책실효성 의문...겉도는 청년들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정책을 되짚어 봐야할 이유다. 제도가 청년구직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에서다. 성 교수는 “정책실효성을 위해 교육 인적자본을 축적하고, 이와 연결된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야한다”며 “여전히 이 부분이 충분히 정리가 안됐다”고 꼬집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도 취성패의 정책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도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일자리 창출 방안과 동떨어져있음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한 구직자는 인공지능(AI) 직업훈련을 수료했다는데 결국 웨딩촬영 사업을 하더라”며 “정부가 고용률만 신경 쓰니 정책이 단기적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일갈했다.
정책실효성이 떨어지면 청년들은 겉돌 수밖에 없다. 이미 취성패에 참여하면서 정작 취업준비는 따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A씨는 “취성패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느라 너무 버거웠다”며 “솔직히 엄청 도움도 안 되고 돈이 걸려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나모(26)씨는 “전문 학원 다니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더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이동민(26)씨도 “4년제 대학 나온 일반 전공자에게는 도움 될 것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참여했던 B(28)씨 역시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돈만 타 먹으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상당수 청년들이 취성패가 취업준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실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절반이 180만원 못받고, 절반이 1년 내 퇴사
취성패가 지속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객관적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8월 발표한 ‘2017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 환경노동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취성패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사람의 절반가량인 50.5%가 월평균 180만원 미만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저임금 일자리에 구직자들을 ‘매칭(matching)’ 하는 것이다.
취성패 취업자 고용유지율을 보면 1년 이상 근무자가 전체 48.6%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숫자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실업자가 되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급여 수준이 낮은 일자리로의 취업이 많고 고용유지율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고용노동부를 질책하면서 “취업한 곳의 급여수준이 낮거나 고용유지율이 저조하다는 것은 사업에 참여해 취업한 이들이 다시 실업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것을 의미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정책 시행 초기에도 지적됐던 사항이다. 지난 2013년 이병희, 길현종, 김혜원, 박혁 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들이 발표한 ‘취업성공패키지 성과분석 및 제도 개편방안’ 보고서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미진하다”며 “취성패가 단계별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그치고, 사례관리에 기반해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한국노동연구원] |
◆"큰 틀에서 정책 발전방향을 고민해야할 시점"
전문가들은 취성패가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미래지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임운택 교수는 “정책이 산업 전반에 대한 전망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며 “미래에 어떤 인력이 필요한 지에 대한 예측과 그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를 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 융합·복합적인 아이디어를 고려하고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 해줘야한다”며 “지금 정부가 그걸 못 한다”고 비판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훈련 강화와 취약계층 직업훈련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기에 맞춰 교육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바뀔 것이다”며 “일선 상담사들이 이를 잘 활용해서 효율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길 위원은 ‘큰 틀’에서의 정책보완을 강조했다. 프로그램 개선 등 세부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거시적인 시각에서 정책의 발전방향을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내년에 한국형 실업부조제도가 도입되면 규모에 따라서 취성패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 취성패가 앞으로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틀에서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하고, 이후 내부 프로그램 및 세부 콘텐츠 개선이 이뤄져야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