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사고 객실, 기준치 8배 일산화탄소 검출
5년간 60명 가스중독 사망..경보기 설치 규정 없어
日, 호텔·학교·지하철 등에 경보기 반드시 설치해야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18일 강릉 펜션에서 벌어진 서울 대성고 학생 사망 사고의 원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압축되면서 보일러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질식사를 유발하는 일산화탄소는 색깔이나 냄새가 없어 매우 위험하지만 우리나라는 경보기 설치 규정조차 없어 시민 불안이 가중된다.
[강릉=뉴스핌] 이순철기자= 18일 오후 학생 10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 .2018.12.18. |
19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강릉 모 펜션에서 벌어진 서울 대성고 학생 사상 사고의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객실 내부의 일산화탄소량이 155ppm으로, 정상 수치(20ppm)의 무려 8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일산화탄소는 과거 겨울철 난방을 책임졌던 연탄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 기체이기도 하다. 인체에 유입되면 혈액 속 산소량을 떨어뜨려 중독사를 유발한다. 대개 2시간 흡입하면 사망에 이른다.
연탄이 도시가스로 대체되며 일산화탄소 중독은 1970~1980년대보다 줄었지만, 최근에도 가스보일러 문제로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여전하다. 난방이 많은 겨울철 빈발하며, 고기를 연탄에 굽다 중독되는 등 다른 계절에도 사고가 벌어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76%가 도시가스 보일러를 사용 중이다. 15%가 기름보일러, 4%가 전기보일러, 3%는 LPG가스 보일러를 사용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은 가스보일러(도시가스, LPG)로 인한 사고는 2013~2017년 5년간 총 23건 벌어졌다. 1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쳤다. 도시가스로 인한 사상자는 38명(사망 8명, 부상 30명)이었고 LPG도 11명(사망 6명, 부상 5명)이나 됐다. 특히, 강릉 펜션 사고처럼 배기통 이탈 등으로 일산화탄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중독사고는 17건(74%)에 달했다.
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어긋난 배관 및 연통 등이 주된 이유다. 배관 부실은 대부분 노후화된 보일러에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가스보일러 1300만대 중 10년 넘은 노후 보일러는 15%가량인 195만대나 된다.
대개 가스보일러 제조사들은 1년에 최소 두 차례 점검 및 청소를 권장한다. 하지만 법적인 제재가 없어 이를 지키는 가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해마다 두 차례 방문식으로 이뤄지는 도시가스 점검 역시 보일러 주변 가스누출을 체크할 뿐 연통은 챙기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 [사진=11번가 홈페이지] |
때문에 보일러 노후화 등의 문제로 일산화탄소가 유출되면 이를 알려주는 경보기가 필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경보기 설치조차 의무화돼있지 않다. 캠핑장 설치가 의무화된 것도 지난 9월의 일이다. 가정집은 고사하고 숙박업체에서 경보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고가 난 강릉 펜션 역시 객실에 경보기가 없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설치형 외에 휴대형 등 종류도 다양하며 개당 가격이 5000원으로 쉽게 구매 가능하다.
약 5200만 가구가 가스를 사용하는 일본은 학교나 지하철, 호텔, 아파트 등 사람이 많은 시설은 반드시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할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있다. 가정집의 경우 법적 제재가 없으나, 일본은 노후 보일러나 가스배관 점검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