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이 감정평가사 선정부터 분쟁조정위원장까지 맡아
분양가 조정 분쟁조정위에서..우선분양권 상실 입주민들은 반발
지자체장 막강 권한..의지 따라 분양전환가 달라질 수도
[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정부가 새로 내놓은 '10년 임대주택 분양전환 지원대책'은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차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은 손보지 않은 채 분양가에 불만이 있으면 지자체와 협의하라는 식이다. 우선분양권을 포기해야 최장 8년간 임대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내놓은 '10년 임대주택 분양전환 지원대책'은 입주민들의 근본적인 불만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 5월 열린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집회 모습 [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
먼저 국토부는 입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분양전환가격 산정 방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지금과 같이 2개의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해 이들이 선정한 적정 금액 이하로 책정된다.
정부는 10년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논란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산정 방식 변경을 검토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 때도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 변경은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공건설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따르면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은 감정평가금액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5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중간 가격으로 책정한다.
감정평가금액은 그동안의 부동산가격 상승분을 감안해 평가한다. 이 때문에 판교신도시와 같이 지난 10년 새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의 경우 분양전환가격을 감당 못해 분양 포기해야하는 입주민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감정평가법인을 지자체장이 선정하게 되는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곳의 감정평가법인이 1곳은 사업자에, 1곳은 입주민에 유리한 곳은 선정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 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법인이 선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만약 분양전환가격에 불만이 있다면 지자체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분양가를 조정할 수 있다.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분양전환가격을 손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운영상의 문제다"며 "개별 단지마다 여건이 다르고 선정하는 평가사마다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위원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결국 소송전으로 나가야 한다.
입주민들은 분양전환을 포기하면 최장 8년간 임대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자신들을 우롱한 처사라고 분노하고 있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청약 당시 10년 후 우선분양전환권이 주어진다는 이유로 청약통장도 일반분양과 같이 소멸됐다.
이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10년을 기다렸는데 비싼 분양전환가 때문에 우선분양권도 포기할 상황이 돼버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관계자는 "분양전환 임대주택은 당장 목돈이 없는 계층에게 임대기간 동안 착실히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라며 "이 취지를 담은 핵심적인 법률 조항이 바로 우선분양전환권인데 이를 포기하라는 것은 그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