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매장 블랙컨슈머 처벌 국민 청원 다수 등재
서비스업 현장, 대응 매뉴얼 만들어 비치하고 캠페인
[서울=뉴스핌] 장봄이 기자 =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손님이 계산대로 찾아와 대뜸 "텀블러를 깨끗이 씻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주문을 하겠느냐는 물음은 무시한 채 컵만 씻어서 달라고 재차 강요했다. 이씨는 당황스러웠지만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텀블러를 씻어 건넸다. 이 손님은 컵을 받아서 매장을 떠났다.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가 연일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악성의 블랙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의 합성어인 블랙컨슈머는 악성 민원을 고의 또는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커피 전문점에서 머그컵을 훔쳐가는 '진상' 손님부터 직원을 폭행하는 악성 고객까지 다양하다. 식품·프랜차이즈 관련 업체들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소비자 인식 개선과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폭행 사건으로 확산된 영상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갈무리] |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객이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처벌을 요구하는 게시글이 10여개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폭행을 가한 사람들이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감정 노동자들을 위해 법적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맥도날드에서는 지난 달과 이달에 걸쳐 두 번이나 고객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울산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선 차량에 탑승한 고객이 주문하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음식이 든 봉투를 집어던진 일이 동영상으로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어났다.
지난 6일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맥도날드 연신내점에서 중년 남성으로 보이는 고객이 직원과 말다툼을 하다가 얼굴에 햄버거가 든 종이봉투를 던지는 모습이 확산됐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경찰이 바로 출동해 해당 고객이 사과하고 직원도 사과를 받아들여 일단락된 상황"이라며, "울산 매장의 경우 본사가 해당 고객을 고발했으며 현재 마무리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직원 폭행 문제는 기존 대응 메뉴얼에 따라, 피해 직원을 격리해 안정시키고 경찰에 바로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맥도날드, 고객갑질 논란 이어져…"메뉴얼 따라 적극 대응"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아예 고객 선언문을 내건 업체도 늘고 있다. 도시락 전문업체인 스노우폭스는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다'는 내용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를 매장 내 게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직원들의 경우 ‘서비스직 종사자’라는 특성 때문에 고객의 지나친 요구나 폭언, 협박 등 비상식적인 행동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롯데백화점의 경우 대고객 매뉴얼인 ‘존중 받을 용기’를 제작해 점포 상담실에 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현장에서 문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보유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시점이라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 10월에는 신세계백화점이 블랙컨슈머로부터 직원을 지키기 위해 사원보호 캠페인을 시작했다. "고객님의 아름다운 미소와 배려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줍니다. 마주하고 있는 직원을 존중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엘리베이터나 매장 등에 걸었다. 매장에서 폭언이나 폭행 등 긴급 상황이 발생되면 해당 판매사원을 고객으로부터 즉시 벗어나게 했다. 매장 보안팀과 경찰에 신고를 하는 등 강화된 긴급 대응 매뉴얼을 전 사원이 공유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갑질 문제는 법적 처벌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업체 차원에서도 적극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지나친 대응은 고객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폭행 등 갑질 문제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블랙컨슈머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내년 트렌드 키워드로 '매너소비자(Manner Maketh the Consumer)'가 등장했다. 매너소비자는 감정 노동자를 보호하는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움직임으로, 지금까진 무조건 고객에게 친절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소비자 매너와 균형을 이루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사진=신세계백화점] |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