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교수들을 영업 일선으로 내모는 데 정당성 부여하게 될 것"
교원 연봉제 도입에도 영향 미칠 것으로 보여 논란 가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대법원이 사립대학교의 교원 평가에 신입생 모집 실적을 반영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려 교수사회가 끓어 오르고 있다. 대법원이 이른바 교수들의 ‘신입생 영업’을 정당화했다는 것이 교수들의 지적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 전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낸 보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전부패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앞서 A 전 교수는 “교원 임무와 무관한 신입생 모집 실적을 실적평가 기준으로 정한 건 고등교육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재판부는 "신입생 충원이나 재학생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사립대의 유지,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특히 신입생 충원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학과의 폐지나 통폐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사립학교 교원의 지위나 신분보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교수 사회에서는 “법원이 교수를 영업사원으로 판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청권 대학의 A교수는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방 사립대는 신입생 모집에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 보니 교수들이 일상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불만이 만만치 않다”며 “특히 교수들이 이 같은 영업 활동에서 오는 자괴감이 컸는데 법원의 이번 판단은 대학이 교수를 영업 일선으로 내모는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이 현재 논란 중인 ‘교원 연봉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사립대학들은 국립대의 성과급적 연봉제 도입에 발맞춰 업적 평가에 따라 연봉을 삭감·동결·인상하는 교원 연봉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해당 평가 기준 중에는 졸업생 취업률은 물론 대법원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신입생 모집 실적’도 포함돼 있다. 현재 교수회, 교수노조 측은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맞서는 등 대학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교수들의 입지와 명예, 그리고 업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대학들이 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의 업적 평가 부분이 크게 강조됐고 특히 이 중에서도 신입생 모집률에 높은 비중으로 두면서 교수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수의 직무를 규정한 현행법 어디에도 ‘신입생 모집’이라는 단어가 없고 교원 평가와 관련한 법 역시 이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게 없다”며 “교수들이 신입생 모집이나 졸업생 취업에 동원되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비판 받는 가운데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뜻밖이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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