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당국 단속 피해 미프진 거래 버젓이
가짜약 먹고 부작용 겪는 여성들도 많아
차라리 허용 의견도 있지만 낙태죄가 걸림돌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국내에서 유통이 금지된 경구용 임신중절약(낙태유도제) '미프진' 거래가 당국의 눈을 피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성분이 불분명한 낙태유도제를 구매했다가 부작용을 겪는 여성들도 나타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형식적인 규제를 거두고 낙태유도제를 부분적으로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당국은 낙태죄가 폐지되지 않는 한 미프진 허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료 = 포털사이트 캡처> |
9일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실시간으로 미프진 홍보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미프진은 자궁 내 착상된 수정체에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착상이 지속되지 않도록 한다. 미프진은 임신중절수술(인공유산)의 부작용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프랑스에서 개발됐다. 유럽 등지에서는 의사 처방 하에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낙태를 죄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낙태를 유도하는 미프진 판매·구매는 불법이다. 현행 형법 제270조에 따르면 불법으로 낙태를 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을, 의뢰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 하지만 몇 번의 검색과 클릭만으로도 미프진 판매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미프진 판매가격은 임신 7주 이전은 38만원, 10주 미만은 56만원이었다. 이 업체는 미프진을 소개하며 "한국은 아직 낙태가 불법이기 때문에 단순 변심 환불이 불가능하다"며 "고객 정보는 제품 수령 후 모두 삭제처리 된다"고 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실시간 상담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수백건에 달하는 복용 후기 글도 볼 수 있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8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미프진 등 낙태유도제 단속을 강화해 올해 7~9월 동안 총 856건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적발된 180건에 비해 4.8배가량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미프진은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다. 정부의 단속이 실효성이 없다는 배경이다.
오히려 의사 처방 없이 약품 거래가 이뤄지는 탓에 오·남용을 하거나 성분이 불분명한 약을 먹었다가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많다. 합법 구매가 아니기에 설령 피해를 입더라도 보상받을 수도 없다. 가짜약의 경우 과다출혈이나 심근경색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 미프진 판매 웹사이트 캡처> |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몇몇 미프진 판매 사이트에서 중국제 가짜약으로 사기를 쳐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여성들의 고통을 증가시키고 있다. 부디 미프진을 허용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23만명이 동참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가장 확실한 피임방법이라는 콘돔조차 피임 확률이 100%가 아닌데 왜 낙태유도제를 허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낙태가 합법화 돼야 현실적으로 낙태약인 미프진도 허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낙태죄에 관한 헌재의 결정은 내년 상반기 중 결론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