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동해안 대화퇴(大和堆·야마토타이)에서 한국과 일본 간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고 3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대화퇴는 동해안 중부에 위치한 해역으로 오징어, 꽁치 등 수산자원이 풍부한 어장이다. 이 해역에선 지난 11월 중순 한국 측 경비함이 일본 어선에 조업 중단을 요구하거나, 한·일 어선이 충돌해 침몰하는 등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신문은 "모두 한일어업협정에서 정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 주변 '잠정수역(중간수역)' 부근에서 일어난 소동"이라며 "일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규칙 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해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15일 오전 9시경 독도에서 북동쪽으로 333㎞떨어진 해상에서 48톤급 한국 어선 '문창호'와 163톤급 일본어선 '제38쇼토쿠마루(正徳丸)'가 충돌했다. 충돌해역은 한일 양국의 조업이 인정받는 곳이다. 충돌 후 문창호에 타고있던 선원 13명은 인근 민간 어선의 도움으로 전원구조됐다. 사진은 구조된 선원들. 2018.11.15 |
"한국 경비함이 일본어선에 한 일련의 행동은 명백히 한일어업협정에 반하고 있어, 우리나라(일본)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달 22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비함이 일본 어선에게 조업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11월 20일 밤 일본의 오징어잡이배 '제85 와카시오마루(若潮丸)'는 대화퇴 해역에서 조업을 하다 한국해양경찰청 경비함으로부터 무선을 받았다. 경비함 측은 조업을 중단하고 해역을 이동하라고 요구했다.
근처를 지나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은 이 무선 내용을 확인하고 한국 경비함 측에 "한일어업협정 상 해당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해당 해역은 한일 양국의 '중간수역'이었다.
일본 외무성은 21일 외교루트를 통해 한국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은 한국 외교부로부터 '해양경찰청 경비함이 일본 어선에 관할권을 행사한 건 유감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반응이 왔다고 했다.
지난 11월 15일엔 한국과 일본어선이 충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오전 9시 35분 경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에서 약 250㎞ 떨어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대화퇴 주변에서 야마가타(山形)현 소속 오징어잡이배 '제38쇼토쿠마루(正徳丸)'와 한국 어선 '3088문창호'가 충돌했다. 부상자는 없었다.
충돌 현장 역시 한·일 중간수역이었다. 쇼토쿠마루 선원은 오징어군을 따라가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방심으로 인해 이런 일이 일어나 큰 소동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 대화퇴서 벌어지는 한국·일본·북한의 '오징어 쟁탈전'
대화퇴 주변은 오징어 등 어장이 풍부한 지역으로 최근엔 북한 어선에 따른 불법 조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오징어를 둘러싸고 동북아시아 국가 간 쟁탈전이 심각해져 조업이 혼란스러워진 상태다.
문제의 중간수역은 1999년 발효한 '신한일어업협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협정에선 독도 주변 해역에서 EEZ 경계를 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중간수역으로 지정했다. 양국이 각각 규칙에 따라 조업을 할 수 있도록 정했다.
중간수역을 마련한 배경에는 양국이 경계선을 획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판단이 있다. 또 한·일 양국은 '한일어업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어업자원을 공동관리하기로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케이신문은 "공동관리라는 건 말뿐"이라며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간수역인 독도 주변에선 주로 한국 어업자가 조업을 하고 일본에겐 어장을 양보하지 않아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어부들이 방치한 어구나 망에 배가 얽히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신문은 "어업활동을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불법조업 등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한국과 일본 정부가 조속히 중간수역 결정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