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엔드 원작 그대로 공연하는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극중극 형태 공연 제작 전반적인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작품
2019년 1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망할수록 성공이다. 극이 엉망진창이 될수록 관객들의 반응은 더욱 좋아진다. 제목처럼 '뭔가 점점 잘못 돼가고 있는 연극'은 새로운 코미디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The Play That Goes Wrong)'은 올해 30주년을 맞은 신시컴퍼니와 개관 40주년의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극중극 형식으로, 콘리 대학 드라마 연구회가 1920년대를 배경으로 만든 미스터리 장르 연극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공연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현장을 담는다.
공연은 처음부터 불안하다. 부서진 선반을 바로 고치기도 전에 시작되고, 문이 잠겨 배우들은 무대 옆으로 드나들어야 한다. 죽은 척해야 하는 배우는 손이 밟히자 슬그머니 손을 숨긴다. 대사를 까먹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극의 내용과 맞지 않게 그저 주목받는게 좋아 웃고만 있기도 한다. 배우가 기절해 스태프가 대본을 들고 연기를 하고, 조명과 음향이 맞지 않고, 급기야 나중에는 무대의 소품부터 2층 바닥까지 무너져 내린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연극은 엉망진창이다. 작은 실수들이 모이고 모여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대참사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 미워할 수 없다. 배우들은 주어진 상황 내에서 어떻게 해서든 공연을 이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고군분투를 보고 있자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 겹치는 듯해 자조적인 웃음까지 짓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는 4차에 걸쳐 진행된 오디션을 통과한 11명의 배우들 김호산, 선재, 이정주, 손종기, 고동옥, 김강희, 이경은, 김태훈, 이용범, 고유나, 정태건 등의 열연이 눈부시다. 문에 머리를 맞고, 벽에 부딪히고, 창문에 들려 넘어가고, 2층에서 떨어지는 등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계속해서 이어짐에도 완벽한 합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면, 부상의 위험이 높은 만큼 배우들의 연습량을 가늠케 한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사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을 보는 건지,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을 보는 건지 헷갈린다. 극장에는 '해버샴 저택의 살인사건' 포스터가 걸려있고, 스태프로 분한 배우들이 정식 시작 시간 전부터 연기를 하며 분위기를 조성한다. '듀란듀란' CD를 찾는 스태프, 강아지 '윈스턴'을 찾는 스태프 등 말이다. 2막도 마찬가지다. 시작한 건가 싶을 정도로 정돈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을 통해 비록 망한(?) 연극임에도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백스테이지까지 들여다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노고, 스태프들의 노고는 물론,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연 시작 전에 일찍 들어가서 객석에 앉아있길 추천한다. 또 공연 중간중간 2층 오른쪽 객석 앞에 위치한 '듀란듀란' CD를 찾는 스태프 역 배우의 깨알 연기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작품은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Replica) 방식으로 진행,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된 버전과 똑같다. 2015년 올리비에어워즈 '최우수 코미디 연극상'을 수상한 그대로, 2017년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을 수상한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슬랩스틱과 블랙 코미디지만, 거부감 보다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은 오는 2019년 1월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