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은나래 기자 = 최근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중국의 저가브랜드 매장 미니소가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 않고 폭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패스트 리빙 브랜드숍인 미니소(MINISO, 名創優品)는 2013년 9월 중국 광저우(廣州)에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약 30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7년 매출액은 120억 위안(약 1조 9600억 원)에 달하며, 올해는 약 180억 위안(약 3조 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니소는 2013년 일본 미야케 준야(三宅順也) 디자이너와 중국인 사업가 예궈푸(葉國富)가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이듬해 미야케는 중국 측에 대주주 지분을 넘기고 수석 디자이너로서 활동 중이며, 공동 설립자인 예궈푸가 현 CEO를 맡고 있다.
올해 1월, 창립한 지 5년도 채 안 된 미니소가 IPO를 추진한다고 공시했고, 9월 처음으로 텐센트, 중국 최대 벤처캐피털 힐 하우스 캐피털(高瓴資本)과 10억 위안(약 1632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미니소는 2022년 전까지 ‘100개 국가 진출, 1000억 위안 매출 달성 및 1만 개 매장 오픈(百國千億萬店)’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목표를 세웠다.
예궈푸 회장은 후베이(湖北)성 출신으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7명이나 되는 대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대학 진학조차 포기하고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뛰어난 사업 감각으로 벌이는 일마다 성공을 거뒀다. 2016년 후룬 연구소가 선정 발표한 ‘가장 존경 받는 기업가’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3년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200엔숍(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약 12위안)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중국에서 ‘10위안숍’ 창업을 결심했다.
왕광융(王廣永) 미니소 브랜드 총 책임자는 “때마침 중국 사회에 1인 가구수의 증가와 더불어 트렌드로 자리잡은 ‘소확행(小確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이 미니소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니소가 이처럼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양질의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 덕분이다”고 평가했다.
미니소는 자체 전문 R&D 인력과 세계 유명 디자이너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1주일마다 신제품을 출시한다. 매월 새롭게 출시되는 신제품만 해도 500~1000여 종류에 달한다.
미니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니소 디자이너들이 자체 기획, 개발한 것으로, 제작 역시 미니소 외주 공장에서 직접 진행한다. 단품 아이템 대량 주문 생산을 통한 박리다매 형식을 취함으로써 생산 원가를 낮췄다. 중간 업체를 끼지 않고 직접 창고에서 제품을 매장으로 운송해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우선주의 전략이 먹혀 들었다는 분석이다. 미니소는 상품 진열 시 상품 사이마다 두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틈새를 마련해두는 ‘두 손가락 법칙’을 따르고 있다.
한 심리 분석가는 "작은 틈새로 인해 진열대가 너무 비어 보이거나 혹은 제품으로 꽉 차 답답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매장을 오픈한 미니소는 따로 출입문 설치 없이 누구나 손쉽게 매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전면 개방했다. 게다가 매장 안에 따로 판매원을 두지 않아 소비자들의 ‘구매 스트레스’를 없앤 것도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니소 직원들은 고객이 부를 때만 나서며, 주로 청결과 매장 진열 정리만을 담당한다.
한편 미니소 제품은 주로 10~29위안(약 1632~4730원)으로 형성돼 있으며, 최대 소비 계층은 주로 18~35세에 몰려있다고 한다.
미니소 아이라이너는 가장 핫한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10위안(약 1632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지만, 프랑스 명품 브랜드 로레알과 동일한 공급업체를 이용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아이라이너는 2017년 한 해에만 1억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2018년 여름 첫 선을 보인 미니소 데오드란트 역시 고작 10위안이지만, 고가의 명품 향수 조말론(Jo Malone)과 품질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미니소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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