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전통시장 활성화 명분·실리 없어.. 유통산업 위축 우려
의무휴업 규제 이듬해 마트 소비 -6.4%, 전통시장도 -3.3% 후퇴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마트가 인근에 있는데도 왜 시장엘 오느냐고요? (물건 값이) 싸기도 하고 볼거리가 많아 재미있어서지요. 물론 주차 문제나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야한다는 불편도 있지만 시장 특유의 활기가 느껴져서 가족들과 자주 오는 편이에요.”
지난 19일 서울 마포 망원시장을 찾은 주부 김정연(51) 씨의 말이다. 금요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시장을 찾은 이들로 북적였고 일부 매장 앞에는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전통시장 성공 사례로 꼽히는 망원시장은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더해져 지난해에만 하루 평균 2만여 명이 찾는 지역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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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방문객들로 붐비는 모습. [사진=박효주기자] |
망원시장 인근에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나 메세나폴리스와 같은 쇼핑센터가 위치했다. 하지만 망원시장은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면서 매년 방문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저렴한 가격대에 신선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데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많아 입소문이 나면서부터다.
대형마트와 협업해 젊은 층의 소비자 발길을 이끈 전통시장도 있다. 이마트가 지난해 8월 말 충청남도 당진어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개점하면서 평일 기준 평균 주차대수가 기존 150대에서 210대로 40%가량 증가했다.
오일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에는 더 많은 고객이 몰린다. 상생스토어 개장 전 오일장 평균 주차 대수 300대에서 개장 이후 420~460대로 5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브랜드’는 이마트의 PB브랜드로,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 내에 노브랜드 전용매장을 말한다.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매출도 함께 늘고 있다. 지난 8월 동네마트(화인마트)와 함께 공간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 오픈한 안성맞춤시장 상생스토어(3호점)의 경우, 화인마트 방문 고객이 상생스토어 오픈 전에는 일평균 550명 수준이었으나 9월 현재 일평균 800명의 고객이 방문하며, 고객수가 45% 증가했다. 안성맞춤시장 1층에 위치한 청년몰에도 젊은 고객들이 몰리며 매출이 상생스토어 오픈 전보다 2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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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마트> |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가 가시화 되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복합쇼핑몰에 대해 정기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개정안(30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에서 심사를 앞둔 상황이다.◇유통 규제 전통시장 활성화 명분 미비..."전체 소비 위축 불러와"
유통산업발전법은 2010년 이후 6차례 이상 개정되며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번 개정안 역시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보호등을 입법취지로 대형유통업체 출점 제한, 복합쇼핑몰 월2회 의무 휴업, 대형마트 의무휴업 4회로 확대 등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이 같은 유통산업 규제 강화 추세로 국내 유통산업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원)이 국내 대규모점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주요 유통업체 3사를 비교한 결과 한국만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역성장했다.
성장성 측면에서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중국 34.7%, 일본 7.5%, 미국 5.5%, 한국 -0.9%이었고 수익성 측면에서 연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중국 47.5%, 일본 3.6%, 미국 0.3%, 한국 -8.6%로 나타났다.
한경연 관계자는 “중국의 유통 대기업 경쟁력은 날아가고, 일본과 미국은 뛰어가는 모양새라면, 우리나라는 유통규제가 강화된 2012년 이후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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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유통 대기업 3사 매출액 증가율 비교.[자료=한경연] |
전반적인 유통산업이 후퇴하면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도 함께 소비가 위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 소비증가율도 2013년 18.1%에서 2016년 -3.3%까지 감소했다.
당초 입법 취지인 전통시장 및 중소상인 보호 보다 전체 소비 위축이란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서 교수는 “대형마트 이용 소비자들이 의무휴무로 전통시장이나 인근 수퍼마켓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갔다”고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4년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62%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이 아닌 ‘중대형 슈퍼를 이용’(38%)하거나 ‘다른 요일에 대형마트를 이용’(24%)한다고 답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상무는 “2012년 이후 우리나라가 ‘갑을 프레임’에 갇혀 규제 일변도의 유통산업 정책에 머무른 사이 유통기업들의 경쟁력은 급속히 훼손되고 유통산업은 구조적 침하(沈下)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인 유통산업이 규제가 아닌 성장과 육성의 대상임을 인식하고 국내 유통기업들이 글로벌 유통기업들과 경쟁해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에 적극 나설 때”라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