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내진설계 미반영 2345개 교량 방치
부실조사로 내진보강계획에 무더기 제외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전국 고속도로 교량 4개 중 1개는 제대로 된 내진보강대책 없이 지진 발생시 붕괴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전체 교량(9325개) 중 25.2%인 2345개 교량은 내진보강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관리됐다. 하지만 이 교량 가운데 9개 교량은 지진 발생시 붕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 교량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부실조사 주장이 나오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부산의 한 고속도로 전경 [사진=국토부] |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15년 9월 도로공사에 고속도로 내진보강 대상 시설물을 전수조사토록 지시했다. 같은 해 12월 도로공사가 조사한 내진보강 대상 고속도로 교량은 행정안전부의 내진보강기본계획에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지난 2000년 내진설계기준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강화 전 지진가속도계수를 적용해 교량 2037개를 누락해 국토부에 보고했다. 2037개 교량은 모조리 내진보강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진가속도계수는 지진발생 시 지반에 작용하는 지진하중의 세기를 산출한 값이다.
도로공사는 추가로 86개 교량도 부실조사로 누락했다. 여기에 지진구역 Ⅱ구역에서 Ⅰ구역으로 강화된 지역의 2개 교량도 빼놓았다.
행정안전부는 지진발생 시 지반에 작용하는 지진하중의 세기를 지반상태에 따라 행정구역별로 Ⅰ구역과 Ⅱ구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Ⅱ구역이 Ⅰ구역보다 지반상태가 더 단단한 지역이다. 행안부는 지난 2013년 Ⅱ구역인 전남지역을 Ⅰ구역으로 상향조정했다.
감사원이 지금까지 누락된 2123개 교량 중 20개 교량을 표본조사한 결과 14개 교량은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또 220개 고속도로 교량의 내진성능을 평가해 보강사업을 추진하면서 근거없이 지진가속도계수의 71% 또는 56%만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진성능평가시 지진가속도계수 하향은 철거계획이 있는 교량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철거계획이 없는 교량 220개에 지진가속도계수를 하향 적용한 것이다.
감사원이 이 220개 교량 중 14개 교량을 표본으로 삼아 지진가속도계수 100%를 적용해 내진 성능을 평가한 결과 모두 9개 교량은 지진발생시 손상되거나 붕괴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가 내진성능이 확보된 것처럼 관리하고 있는 교량은 전체 교량 9325개의 25.2%인 2345개로 조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강화된 내진설계기준을 임의 적용하거나 미흡하게 적용해 내진성능평가와 내진보강 이 필요한 고속국도 교량을 그대로 둘 경우 지진 발생 시 교량 붕괴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도로공사에 내진설계기준을 반영하지 않은 2345개 교량에 대해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하고 내진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