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아파트, 지난 2개월간 3.3% 상승
건영·청구3차, 두 달 새 2억원 넘게 올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9.13 주택시장안정대책' 후 지난 두 달 동안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노원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건축 호재가 여전한데다 매매·전세가격 차이(갭)가 적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노원구 아파트시장은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실수요자들도 받쳐주는 만큼 올 연말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9월14일부터 지난 9일까지 2개월 동안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3.3%로 집계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는 두번째로 많이 오른 구로구(2.48%)보다 30% 가량 높은 수치. 말그대로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노원구 일대 아파트들은 9.13 대책이 나온 후 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가격이 급등한 곳은 인기주택지로 꼽히는 중계동 일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건영3차 아파트는 전용면적 84.9㎡ 기준 8층이 지난달 6일에 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에 있는 동일 면적, 동일 층수 아파트는 지난 8월18일 6억7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두 달이 채 안 된 사이 가격이 2억원 넘게 뛴 것.
중계동 청구3차 아파트도 2억원 넘게 올랐다. 지난 8월18일 전용면적 84.77㎡ 15층은 6억7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17일에는 동일 면적 아파트 14층이 9억원에 팔렸다.
상계동과 하계동도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상계동 은빛2단지 아파트는 전용 59.95㎡ 기준 5층이 지난달 13일 3억7700만원에 팔렸다. 2개월 전인 지난 9월13일 동일 면적 4층 아파트가 3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7000만원 넘게 올랐다.
노원구 하계동 극동건영벽산 아파트는 전용 53.14㎡ 기준 15층이 지난 9월17일 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그 후 2주일 남짓 지난 지난달 4일에는 같은 면적 11층 단지가 3억9000만원에 팔렸다.
중계동 B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건영3차 아파트는 중계동 은행사거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파트 중 하나"라며 "전용면적 84.9㎡ 단일면적인 데다 학군이 좋고 학원가도 가까워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거래가 많지는 않았지만 거래된 아파트들이 큰 폭으로 오르며 집값을 견인했다는 것. 중계동 B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9.13 대책 후 거래가 1~2건 이뤄졌는데 건영·청구 3차를 비롯한 특정 아파트들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이 지역 아파트들 값이 전부 급등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원구 일대 아파트 매맷값이 오른 배경은 재건축 연한 조정이 사실상 무산되자 재건축 기대심리가 다시 살아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아름 부동산114 팀장은 "국토교통부의 재건축 연한 조정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연한이 된 상계동 일대 주공 아파트가 강보합을 보였다"며 "가구수가 많은 이들 주공 단지 매맷값이 오르면서 집값 상승률도 함께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원구 아파트시장 특유의 갭투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일대 아파트의 매매·전세가격 차이(갭)가 적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것.
상계동 A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노원구에 집을 산 사람들 중엔 실수요자도 있지만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자들도 있다"며 "매매·전세가격 차이가 2억원 정도라서 다른 지역보다 갭이 적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9.13 대책 후 대출이 잘 안 나와서 투자자들이 강남을 비롯한 집값이 비싼 지역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들이 보유자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을 찾다 보니 노원구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원구는 지난 2016~2017년에도 소액 갭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던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한아름 팀장은 "노원구 집값이 서울 중에서는 높은 가격이 아니다 보니 실수요자 외 투자자들도 꾸준히 들어왔다"며 "갭투자자도 물론 있었지만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는 투자자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노원구 집값이 올 연말까지는 오르겠지만 내년 후로는 향방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아름 팀장은 "서울 다른 지역은 거래가 별로 없지만 노원은 1~2건이라도 거래가 계속 있다"며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있어서 올해 연말까지는 가격이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까지 오름세가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서울 집값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재료가 많지 않다"며 "은행 시중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고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부동산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장 분위기는 정부 규제로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서울 집값이 전반적으로 조정기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