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주사 자국 남으면 아이 친구들이 놀린다며 병원에서 경피용BCG 권해"
[서울=뉴스핌] 김현우 수습기자 = 부작용도 적고 흉터도 없다는 말에 경피용 결핵백신(BCG)를 아이에게 접종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9일 오전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만난 이은정(30)씨는 찜찜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30개월 된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이씨는 “피내용보다 부작용도 적고 흉터도 남지 않는다는 의료진 말에 경피용 BCG를 접종했다”며 “올해 2월부터 접종한 BCG가 문제라는데 그 이전 제품은 멀쩡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김모(34)씨는 8일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에 접속하는데 30분이 소요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병원이 피내용 BCG를 접종하면 아이 친구들이 놀린다고 해 돈을 더 내고 경피용을 접종했다”며 “경피용 BCG에서 문제가 생겼다니 황당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경피용 BCG는 흉터가 적고 접종 방법이 간편해 ‘불주사’인 피내용 BCG보다 인기가 많다. 경피용 BCG는 생리식염수에 녹인 백신가루를 피부에 바르고 바늘로 찔러 흡수시키는 방식이다. 이번에 비소가 검출된 건 백신이나 주사침이 아닌 ‘용제’인 생리식염수다.
서울에 한 소아과 병원 입구에 있는 경피용 결핵백신(BCG) 광고판. 2018.11.09 [사진=김현우 수습기자] |
질병관리본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재호 질병관리본부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연구관은 “이번에 용제에서 검출된 비소량은 0.039마이크로그램(㎍)”이라며 “발견된 비소가 영유아 체내에 모두 투여되더라도 의약품 불순물 독성에 대한 국제적 가이드라인(ICH Q3D) 1일 최대 허용 노출량인 1.5㎍의 1/38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연구관은 “경피용 BCG는 평생 1회만 접종하는데 ICH Q3D는 매일 투여되는 것을 기준으로 해 비소로 인한 위험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기존에 동일 제품을 접종받은 경우에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내년 1월 출산을 앞둔 박모(35)씨는 “부모 입장에서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경피용 백신을 맞추고 싶진 않다”며 “경피용과 피내용이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의료기관이 환자들에게 안내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with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