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 7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 토론회서 축사
작심한듯 "한국당 전당대회, 보수통합 계기돼야" 거듭 강조
손학규 대표와 조우, 당초 참석 예정 유승민 의원은 불참
"우파 합쳐야 한다" 의미심장 발언 주목...보수 대통합 나설 듯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정치권에서 '무대(김무성 대장)'라 통하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수 통합의 깃발을 내걸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부터 불거질 정계 개편의 큰 파도를 온 몸으로 부딪치겠다는 의지도 내세웠다. "김무성을 만나면 합치게 되어 있다"는 정치권의 소문이 다시 한번 빛을 볼지 주목된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사회주의 개헌 저지 투쟁본부 공동위원장이 지난 4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주의 개헌·정책 저지를 위한 대국민 시국강연회'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 "보수 우파", "합쳐야 한다" 수차례 언급...범보수 통합의 중재자 나서나
김 의원은 7일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이·통장 지위와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따로 만나 "보수우파가 이제 서로를 용서하고 합쳐야 한다"고 일갈했다.
평소 정치부 기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김 의원이지만, 각종 행사 전후에 기자 간담회나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는 종전과 비교할 때, 이날만큼은 작심 발언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선거에서 졌기 때문에 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정이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고 가는 것을 제지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단결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선거는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또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의 철저한 진영논리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제가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복당한 것도 그런 이유"라면서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또 화해하고 용서해서 합쳐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황교안 전 총리 등 범보수적인 통합을 이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보수라는 표현보다 우파라는 표현을 쓰는데, 우파들이 분열되면 목적 달성이 안 된다. 자기 성찰과 자기 희생을 통해 합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문제는 선거(총선)인데 선거를 앞두고 해야 하고, 그 선거 직전에 전당대회가 있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를 우파 통합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김 의원이 가장 많이 거론한 단어는 "합쳐야 한다", "우파 통합" 등이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통장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11.07 yooksa@newspim.com |
◆ 김무성, 손학규와 손잡고 나란히 담소...행사장에 불참한 유승민 두고 의견 분분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보수대통합'을 향한 정계개편에 시동이 걸었다고 내다봤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나오던 보수대통합론이 김 의원의 입에서 강도 높게 거론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 주관한 토론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듯 보수통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른미래당에서 주관하는 토론회에 김무성 의원이 참석한다는 점, 정치행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국회 일정만 챙기던 유승민 의원도 자리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회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날 유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개인 일정상 토론회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수통합에 대한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통장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11.07 yooksa@newspim.com |
◆작심한듯 '보수대통합' 언급한 김무성…"보수, 용서하고 힘 합쳐야"
김 의원은 이날 행사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정병국 의원과는 같은 상도동계 출신인데다 바른정당에서 한때 함께 활동했다는 인연이 있다.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외통위 활동을 함께 하며 친분이 있는 정 의원이 행사 참석을 직접 요청하면서, 사실상 김 의원의 정치활동 재개를 도왔다는 말들이 나왔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친분관계에 의한 행보는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좀처럼 당내 현안에 대해 입을 열지 않던 김 의원이 이날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를 의미 없이 그냥 스쳐지나갈 정치권 인사들은 없다. 실제로 김 의원은 작심한듯 보수통합과 당내 갈등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미 사전에 마음 속으로 정리된 문답이 오고 갔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의 조우였다. 손 대표는 그동안 한국당이 내놓은 '보수대통합론'에 대해 완강히 반대해왔다. 그런 손 대표가 함께 한 이날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김 의원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직접적으로 보수대통합의 불씨를 당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방증이다.
김 의원은 "저는 보수라는 표현보다 우파라는 표현을 쓰는데, 우파가 분열되면 목적달성(선거 승리)이 안되지 않나. 자기성찰과 자기 희생을 통해 보수는 합쳐져야 한다"면서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극우세력까지 범보수적인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원 입장에서 보면 이날 유 의원의 불참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보수통합에 있어 유 의원은 빠질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김 의원은 "유승민 대표 보고 싶었는데 안와서 섭섭하다"며 "오다가다 만나면 인사도 하는데, 언론에서 자꾸 저와의 관계가 서운한 것 같다고 보도해서 오히려 이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대표 역시 이날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김무성 의원과 홍문표 의원, 김두관 의원, 박주선 의원 등 각 당 대표격의 의원들이 모두 오셨다"며 "다만 유승민 의원이 안와서 기자들이 조금 실망했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손학규 김무성 유승민, 이들 세 사람이 한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질 않나"라면서 "만약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정계 개편이 불이 붙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들 세 사람이 맨 앞에 서있게 될 것이고, 새로운 정치지형의 한 축을 맡을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비중이 있는 거물들"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인 새누리당 전 대표로 불렸던 시절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 창당 선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무대(김무성 대장)'라 불렸던 사나이, 다시 통합의 전면에 나서다
그동안 당내 현안이나 정계 개편에 대해 침묵해오던 김 의원이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보수대통합을 언급한 것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보수대통합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한편 김 의원 자신이 그 선봉에 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내년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유력한 차기 당대표 후보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의원은 최근 당내에서 비대위원들이 "친박과 비박 모두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 나서면 안된다"고 발언한데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원은 "일반 의원들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겠지만 비대위원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떤 것이 답이다 하는 결론은 아직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전당대회 출마 생각이 있냐는 질문과 차기 당대표 후보로 누가 적합한 것 같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