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셀프정비'族 늘면서 폐유 유기도 증가세
표시도 없이 통에 담아 버려…불 붙으면 폭발 위험
운전자 스스로 전문업체 통해 처리하는 문화 필요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간단한 차량 소모품을 직접 교체하는 ‘셀프정비’가 늘면서 무분별한 폐유 유기도 늘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마트 주차장, 심지어 농로에 몰래 버린 폐유는 자칫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강화의 한 농가에 버려진 폐유 통. 마트 주차장 후미진 곳에 버려진 폐유가 찬 엔진오일용기 2018.11.06. [사진=김세혁 기자] |
6일 찾아간 강화의 한 농가. 이곳 주민들은 최근 농로나 쓰레기소각장에 외부인이 유기한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통들이 발견된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A씨는 “하얀색 세재 통이 소각장에 버려져 있어 열어봤더니 새카만 폐유가 가득했다”며 “모르고 소각할 경우 폭발할 수 있는 것들인데 왜 몰래 버리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주민들은 CC(폐쇄회로)TV 등 보안·감시장비가 없는 시골까지 찾아와 폐유를 유기할 경우 사실상 범인을 잡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폐유는 농가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니다. 아파트나 대형마트 주차장의 후미진 곳에 폐유를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가양동의 한 마트 직원은 "주차장에 가끔 폐유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다"며 "CCTV 사각지대에 차량을 세운 뒤 문만 열고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버려지는 폐유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환경오염과 직결된다. 통에 담아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토양이나 하수에 불법으로 방류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데도 귀찮다는 이유로 내다 버리는 경우가 적잖다. 농업진흥청은 “폐유는 발생원이나 종류, 혼입물 등에 따라 처리법이 복잡하다”며 “어떤 성분인지 표시도 없이 농가 등에 무단으로 버릴 경우 처리가 매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무단으로 버려지는 폐유가 느는 건 최근 급증세인 ‘셀프정비’와 관련이 있다. 특히 정비 가격이 비싼 수입차가 많아지면서 폐유 유기도 증가세다. 2만5000여명이 활동하는 수입차 인터넷카페 회원 B씨는 “엔진오일은 혼자 교체하기 가장 쉬운 소모품이지만 폐유처리가 만만찮다”며 “1회 교체에 4~7ℓ가량 폐유가 발생하는데, 보관도 어려운 수준이라 몰래 버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셀프정비가 활성화된 미국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유해물질로 규정하는 엔진오일이나 미션오일 폐유가 무분별하게 버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폐유가 발생할 경우 90일 이내에 환경부에 등록된 유해 폐기물 운송 업체를 통해 재생 오일을 가공하는 재활용 공장으로 폐유를 보내야 한다.
국내도 처리는 똑같다. 처리업체에 연락해 폐유수거를 요청하면 된다. 인터넷으로 ‘폐유처리’만 검색해도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잖게 뜬다. △식용유 △차량용 오일 △페인트 등 취급하는 폐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를 모르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폐유를 내다 버리는 운전자가 느는 실정이다.
일부에선 정비소가 폐유를 받아주지 않아 폐유 유기가 늘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자동차 정비소들은 폐유를 저장했다가 처리업체로 보낸다. 하지만 셀프교체 후 발생한 폐유를 갖다주면 귀찮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강남 대치동J정비소 관계자는 "원래 수거업체가 정비소에서 폐유를 가져갈 때 비용을 지불하게 돼 있다. 개인으로부터 폐유를 받는 건 돈이 되는 셈"이라면서도 "작업이 밀리는 시간대에 생판 모르는 사람이 찾아와 정비도 하지 않고 폐유를 받아달라고 하면 내키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셀프정비라는 말 자체가 정비 결과도 모두 개인이 책임진다는 의미"라며 "정비소 탓을 할 게 아니라, 폐유처리를 제대로 고민하고 업체 등에 연락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