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검찰, 위법한 압수수색" 주장
후배 판사 "수사 관련자가 일방적 주장 펼치는 것 부적절"
사법부, 검찰 수사 둘러싸고 갑론을박 계속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6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사법부 내부에서도 갈등이 고조되면서 법원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시철(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48쪽 분량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 법원 가족들께 드리는 글(2)'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가 사흘 전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사건과 관련 없는 '별건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하며 첫 번째 글을 올렸고, 이에 박노수(52·31기) 전주지법 남원지원장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글에서 언론에 알려진 바와 달리 자신이 사법농단 의혹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0일 게재한 글에서와 같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수색 대상과 무관한 이메일 자료를 무단으로 압수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에 대한 근거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김 부장판사의 이같은 주장에 법원 내부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관사찰 의혹의 피해자로 알려진 박노수 지원장은 김 판사의 글이 올라온 지 이틀 뒤인 지난 1일 코트넷에 "현재 수사 중인 사안 관련자가 수사 절차 외에 있는 법원 구성원들을 상대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일방적 주장을 미리 전달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빠른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법원 내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고위 법관들의 의견 표명이 나온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최인석(61·16기) 울산지방법원장은 지난 29일 "곳곳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남용에 대해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며 "법원은 검철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코트넷에 올린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관 출신 한 변호사는 "계속되는 검찰 수사로 법원 내부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들었다"며 "좋은 재판을 위해 재판 연구에만 전념해야 할 법관들이 재판에 집중하지 못할까 우려스럽다. 재판에 집중하면 그 피해는 사법부의 엄정한 판결을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초까지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 재판장을 지내면서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다. 앞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사법부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