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설인아가 대뷔 3년 차에 지상파 일일극 주연으로 우뚝 섰다. 누구나 좋아하는 '캔디형' 캐릭터로 전국구 인지도를 얻었다.
KBS1TV 일일드라마 '내일도 맑음' 주인공 강하늬 역으로 약 6개월을 보낸 설인아를 뉴스핌이 종영 인터뷰를 위해 지난 1일 만났다. 첫 지상파 주연작으로 2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그는 이제야 연기자로 첫 발을 뗐다며 안도했다.
"재밌게 촬영했고 그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니었나 해요. 생각했던 것보다 긴장을 덜 하고 할 수 있었고, 그게 제일 안심이 됐어요. 마지막 컷이 가족사진으로 끝나는데 그게 좀 아쉬워요. 그 다음 스토리가 더 나와야 시청자 분들도 좋아하실 텐데요.(웃음) 이제 하늬가 엄마 찾았으니까. 이모가 자수하고 감옥가고 끝나는데 더 괴롭혀야 하지 않나 싶어요."
'내일도 맑음'은 전형적인 캔디형 여자 주인공 하늬(설인아)와 그를 괴롭히는 지은(하승리)가 대립 관계를 이루는 드라마였다. 주변에는 키워준 엄마와 진짜 엄마를 둘러썬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모두에게 익숙한 일일극의 법칙이 가득했다. 밝고 씩씩하지만 너무 착해빠진(?) 하늬 역을 연기하며 설인아는 "고구마 여주라는 말이 억울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늬가 그 괴롭히던 지은이를 뺨 한 대 때리고 끝나는데 그게 좀 아쉬워요. 저도 사실 제가 흑화되길 바라기도 했거든요. 너무 주변 사람들이 다 도와주고 하늬는 도움만 받으니까. 하늬와 성격이나 가치관이 굉장히 비슷했는데 할 말을 못하는 게 달랐어요. 걔는 참 어제 욕 먹은 거 금세 까먹고 밝게 대하는 거 보면 오늘만 사는 사람인가봐요. 너무 착한 것도 힘들더라구요."
무엇보다 '내일도 맑음'을 하면서 설인아가 얻은 건, 그야말로 중장년을 아우르는 유명세다. 동네 마트에 가면 인기를 실감한다는 그는 "머리를 풀면 긴가민가 하는데, 묶으면 바로 알아보신다"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아무래도 중년 시청자들이 굉장히 많이 알아보시더라고요. '런닝맨', '정글의 법칙' 때는 젊은 친구들이 알아봐줬는데 지금은 어머니들이 악수 한 번 하자고 하시고요. 다행히 계란은 안맞았어요. '하늬 화이팅!' 이런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요. 대형마트에서는 대부분의 어머님들이 장을 보시니까 그때 몸으로 실감했어요. 일일드라마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구나 싶었죠."
극 중 하늬로 살면서, 설인아는 밝은 땐 밝은 대로,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축 처질 땐 처진 대로 하늬에게 휘둘렸다고 고백했다. 악플조차도 소중한 의견이라 생각해 모두 읽는다는 그는 "목소리 톤 바뀐 걸 알아봐주신 분들이 있었다"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던 감사한 반응을 하나씩 떠올렸다.
"목소리 톤을 초반이랑 중후반에 다르게 하려고 했어요. 마냥 밝은 하늬에서, 사연이 있는 하늬로요. 그걸 알아봐주시는 거 자체에서 연기에 재미도 느끼고 욕심도 생겼죠. 너무 작은 디테일도 다 알아보셔서 무서울 때도 있었고요. 가장 좋았던 말씀은 '저도 같이 눈물이 나네요'라는 감상이요. 또 '은혜 엄마랑 하늬는 둘이 있는 것만 봐도 짠하다'는 반응들이 저희가 원했던 거고 완전히 공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2015년 데뷔해 겨우 3년. 설인아가 지상파 일일극 주연으로 안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너무 빠른 상승세에 스스로도 놀랄 법 하다. 설인아 본인도 "너무 복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이 다음은 뭘 할지, 고민이 많아질 시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다들 거만해지지 말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저도 너무 감사한 거라는 걸 알아서 항상 조심하게 되고요. 보답은 제가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생각하면 제가 잘한 건 많이 없는 것 같아서요. 다음엔 뭘 해야 할까? 완전 두렵기도 해요. 평소에 좀 즉흥적인 스타일이라 '좀 더 계획적이어야 하는 건가?' 생각도 하고요. 근데 너무 걱정하지 않고, 다음 캐릭터가 오면 또 보여드릴 게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지상파 주연 데뷔를 성공적으로 해낸 설인아의 다음 행보는 어떨까. 그는 "일일드라마 또 하고 싶다. '내일도 맑음2'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웃어 보였다. 가족적인 일일극에 열중해온 탓에 '로맨스 욕심'도 어느 때보다 크다고도 했다. 현 시점에서 그가 바라는 가장 1순위를 정리하자면 로맨스, 액션, 그리고 이상형으로 밝힌 조진웅(?)이었다.
"'내일도 맑음' 하면서 회식자리에서 우리끼리는 드라마 얘기를 진짜 많이 했어요. 뒤에 대본이 안나오더라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스토리도 만들어보고.(웃음) 우리가 상상한 얘기로 2편이 나온다면 일일드라마 한번 더 하고 싶어요. 다음엔 액션을 하면 어떨까요. 사랑을 하고 있는 형사 역, 액션 로맨스를 하고 싶은 걸로요. 형사 선배님이 조진웅 선배님이면 정말 좋겠네요."
jyyang@newspim.com [사진=위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