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중국 문화

속보

더보기

중국인은 왜 사시사철 뜨거운 물을 마시게 되었나

기사입력 : 2018년10월19일 15:53

최종수정 : 2018년10월20일 15:32

민간 한방에선 따뜻한 물이 몸을 보하는 첩경
청말 민국초 전염병 후 '끓인 물 마시기' 운동 전개

[서울=뉴스핌] 김은주 기자 =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무척 쌀쌀해진 요즘이다. 계절의 시계는 이제 가을의 중반을 넘어서 조금씩 겨울로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중국에도 겨울이 찾아올 때면 각급 학교 캠퍼스에 진풍경이 벌어진다. 누안후(暖壺)라는 큼지막한 보온통을 손에 든 학생들이 뜨거운 물을 받기 위해 온수실 앞에서 길게 줄을 선 장면이다.  

따뜻한 물을 받기 위해 온수실 앞에서 길게 줄을 선 학생들 [사진=바이두]

추운 겨울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은 사계절 내내 팔팔 끓인 더운물을 마신다. 몸이 안 좋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는 물론이고 더위를 먹었을 때도 따뜻한 물을 찾는다.

이런 생활 습관은 따뜻한 물이 몸에 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누군가 병이 나면 주변 사람들이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 몸에 따뜻한 물이 좋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중국 중의학 의사들은 따뜻한 물이 사람의 체온을 보호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고 말한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면 면역력이 올라가면서 감기에 걸릴 확률도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중의학과 생리학적 관점 외에도 중국인들이 따뜻한 물을 일상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중화민국 시기(1912∼1949년) 중국은 위생 수준이 매우 열악했고, 흑사병 등 전염병으로 참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겨울철에도 우물가나 강에서 물을 길러 찬물을 스스럼없이 먹었다. 마른 풀이나 지푸라기를 이용해 밥을 지어 먹던 때여서 물을 끓여 먹을 형편도 못됐다.    

급기야 1894년에 광둥에서 발발한 흑사병은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수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1959년까지 계속된 이 전염병은 온 중국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다.

중화민국 시기 중국은 흑사병 등 전염병으로 수천만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겪었다. [사진=바이두]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도 콜레라가 창궐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후 세균에 오염된 식수를 통해 전염병이 옮긴다는 ‘세균 학설’이 등장하며 콜레라 확산의 원인이 밝혀지게 된다. 유럽은 콜레라 퇴치방법으로 낙후된 상하수도 시설을 정비해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는 데 힘썼다.

이후 중국에도 서양의 세균 학설이 전파되면서 정부는 공중위생에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중국은 가난한 나라여서 서방과 같은 선진적인 식수 시설을 도입할 능력이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세균 감염 예방을 위해 물을 끓여 마시는 생활 습관을 권장하고 나섰으며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끓인 물 마시기’ 캠페인도 전개했다.  

이 캠페인은 1934~37년 장제스(蔣介石)가 추진한 '신생활운동' 차원에서 추진됐다. 그는 중국이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낙후되고 야만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식사 예절'과 '옷 입는 법'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유가의 도덕규범인 ‘예(禮)·의(義)·염(廉)·치(恥)’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덕진흥운동인 신생활운동을 선포하고 있는 장제스 [사진=바이두]

1936년 신생활운동의 결과 도시 곳곳에 뜨거운 물을 파는 상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중화민국 초기만 해도 상하이 지역에 159개에 불과했던 물을 파는 상점 수가 무려 2000여 개로 늘어났다.

이 상점들은 차(茶)도 같이 겸해 팔았는데, 동네 이웃들이 이곳에서 물을 사거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만남의 장소 역할까지 하게 된다. 

건국 후 전염병 예방과 인민 건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또 한차례의 대대적인 운동이 전개된다. 1952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애국위생운동’이다. 이 운동으로 도시 골목골목에 홍보 포스터가 붙었고, 공장, 군대, 학교, 기차역 가릴 것 없이 뜨거운 물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온수실이 설치되었다.

정부는 온수 공급을 위해 전국적으로 무료 보온병 보급 운동도 시행한다. 한때 민간의 보온병 보유량이 간부 업적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될 정도로 중국 정부는 공중위생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뜨거운 물을 파는 한 상점 [사진=바이두]
'끓인 물 마시기' 홍보 포스터 [사진=바이두]

하지만 물을 끓이는데 필요한 연료 부족 등의 문제로 9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야 대부분의 중국인이 마음껏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최근 들어 전기포트 등을 이용해 뜨거운 물을 쉽게 마실 수 있게 되면서 중국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온수실 풍경은 점차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인이 뜨거운 물을 마시는 습관만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2014년 1월 16일 베이징 대학교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온수실이 문을 닫았다. [사진=바이두]

 

eunjookim@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오광수 낙마로 본 정권 인사 수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잘하면 지지율 상승과 함께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인사가 망사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져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조각에서 난맥상을 보이며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애를 먹었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 대표적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 싸늘한 시선에 직면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수해 대비 현장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6.13 photo@newspim.com 이재명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에서 첫 낙마자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지난 8일 임명된 지 닷새 만이다.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낙마한 게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인사 검증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인선이 늦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조각에 52일 걸렸고, 문재인 정부는 195일 만에 조각을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조각에 181일이 소요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오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검찰 개혁'의 특명을 부여받았으나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결국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 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지만 인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레 인사 검증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제안을 받는 인사 열에 일곱 정도는 스스로 "검증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 전 수석에 이어 추가 낙마자가 나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칫 임기 초반 인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여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 의원의 일원으로서 집권 초기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사 수난사는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발표한 1차 조각에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후보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에 휘말려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도 이명박 정부의 닮은꼴이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져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도 스스로 물러났다. 2014년 6월에는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고액 수임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역사관 논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사건 등으로 사퇴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낙마했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5일 만에 학제 개편 논란 등으로 사퇴했다. 역대 정부에서 낙마자가 속출한 것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이 원인이지만 대통령의 오기 인사도 한몫했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고집하면 주변에서 누구도 강하게 반기를 들기 어렵다. 결국 주요 보직에 임명되거나 지명된 뒤 논란이 불거져 낙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leejc@newspim.com 2025-06-14 06:00
사진
李대통령, 대북 전단 처벌대책 지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에 대한 대책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날 새벽 강화도에서 민간 단체가 북한 지역으로 전단을 살포한 것이 확인되면서 내린 지시로 파악됐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불법적인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위반한 데 대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오는 16일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를 열어 대북 전단과 관련한 종합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단체와 개인에 대해서는 법 위반 여부를 따져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통일부의 대북 전단 불법 살포 자제 요청에 '이를 어기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ideopen@newspim.com 2025-06-14 19: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