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증권거래세 도입 후 40년 경과
“거래부담 낮춰달라” 투자자 중심 폐지 여론 높아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 완화 기조도 한몫
징수 주체인 기재부는 세수 감소 우려해 반대
전문가들 “중장기적으로 폐지 불가피할 것” 전망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매년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던 증권거래세 폐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3월 증권거래세 인하 법인이 발의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 금융당국 안팎에서 증권거래세 개편이 주요 이슈로 부상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주요 시장참여자들은 환영 일색. 반면 기획재정부 등 세수에 민감한 정부 부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어서 증권거래세 부과 관련 양측 논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지난 3월30일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0.3~0.5%로 규정된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0.1%까지 인하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코스닥과 코넥스, K-OTC에 상장된 주식을 장내거래하면 0.3%의 증권거래세가 부과된다. 유가증권의 경우 0.15%로 절반 수준이지만 주식 양도시 농어촌특별세 0.15%가 추가돼 사실상 0.3%가 적용되고 있다. 비상장 및 장외거래는 일괄적으로 0.5%가 과세된다.
김철민 의원은 “1978년 제정된 증권거래법은 실제 소득귀속자의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이익과 손실에 상관없이 매도대금을 과세표준을 삼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금융거래내역이 전산거래 내역 통보제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주가 상승 및 하락에 관계 없이 무조건 징수되는 현재의 방식이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한다.
한 전업투자자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대신 거래세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며 “나아가 과세 방식도 개별 종목 대신 1년간 결산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주주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서 이중 과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말 세법 개정을 통해 양도세를 납부하는 주주 기준을 현행 15억원에서 2020년 4월 10억원, 2021년 3월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기준에 의하면 같은 투자금을 갖고도 한 종목에 투자하는 사람과 여러 종목에 투자하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다르게 된다”며 “과세 명분이나 근거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증권거래세 존치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증권거래세 인하 및 폐지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곳은 과세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당국이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를 담은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에 대해 일찌감치 반대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현행 권거래세율을 0.5%에서 0.1%로 인하할 경우 오는 2023년 세수감소분이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2년간 걷힌 증권거래세가 6조원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세수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는 셈이다.
거래세 인하 수혜가 결국 일부 단타거래에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 또한 여전하다.
최근 시장에서는 일부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나오는 ‘초단타 매매’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세조정 목적이 없는 단순 알고리즘 매매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교란시킨 행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는 “거액의 자산을 투자한 사람들은 이미 대규모 양도소득세를 내고 있다”며 “거래세를 축소한다고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진 않고, 단타거래만 더 극성을 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권거래세가 유의미한 수준까지 낮춰지긴 어렵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폐지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요 금융 선진국들이 거래세를 폐지하는 추세고, 거래세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 역시 무조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운용하는 상황에서 당장 6조원이 넘는 세수를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이미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 증권거래세 인하를 도입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예상보다 일찍 공론화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