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업 세금 인하, 취약 계층 지원 강화
투자 수출 불안정 확대. 믿을 건 내수 소비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미중 무역전쟁 피해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자, 중국 당국이 ‘소비 총동원령’ 수준의 내수 촉진 계획을 발표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세금을 줄이고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부동산 장기임대를 활성화해 시중에 돈이 돌게하고 경제가 활력을 찾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국무원은 20일 소비 시스템 개선 및 소비 촉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의식주를 비롯해 정보 문화 여행 양로 등 영역에서 다양한 소비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생산의 목표는 인민들의 아름다운 생활’이라고 강조했다.
[캡쳐=바이두] |
◆ 세금 낮추고 분배 개선해 소비자금 확보
국무원 ‘의견’은 먼저 저소득층 수입 확대 및 개인소득세 인하 등을 통해 주민 소비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내년 1월부터 개인소득세 과세점을 기존 3500위안에서 5000위안으로 높이고 기타공제 항목을 늘리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앞서 19일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리커창(李克強) 국무원 총리는 “기업의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춰 시장을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중국에 등록한 외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분배와 지원을 늘려 노인 영유아 등 취약계층 관련 소비도 촉진할 계획이라고 ‘의견’은 밝혔다. 노인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역별 유아원 공급을 늘려 양육 부담을 줄인다는 것. 중국 개혁발전연구원은 “중국 소비구조가 물질형 소비에서 서비스형 소비로 전환하고 있다”며 “서비스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줄이고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차이팡(蔡昉) 사회과학원 부원장 역시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노인들은 예금(돈)은 별로 없는데도 자녀 손자의 부동산 구입까지 걱정해야 한다”며 “노령 인구의 소비 둔화가 소비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무원은 이어 문화 여행 체육 소비의 공동 촉진을 위해 다양한 국내외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고 중계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무원은 부동산 장기임대 정책을 시행해 소비 여유자금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시행해 왔으나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대출 규모와 금리가 늘어나면서 일각에선 원리금 상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19일 톈진에서 열린 제12회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뉴스핌] |
◆ 무역전쟁에 수출 영향 불투명, 경제 성장 방점은 ‘소비’
국무원은 중국 경제의 삼두마차였던 ▲투자 ▲수출 ▲소비에서 최근 몇 년간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8월 투자 증가율은 5.3%까지 줄어들었다.
수출은 여전히 중국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외수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24일부터 각각 2000억 달러와 6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전(前) 인민은행장과 웨이제(魏傑) 칭화대학교 교수 등은 무역전쟁이 성장률의 0.5%P도 끌어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JP모건 등 해외 기관들은 중국 성장률 1.0~1.3%P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소비의 중요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무원은 “2017년 중국의 해외여행객 수가 전년비 7% 증가한 1억3100만 명에 달했다”며 “국내 고가품 구매 및 여행 수요 등도 활성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쉬자오위안(許召元)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주임은 “지난 몇 년간 생산능력은 눈에 띄게 발전했으나, 소비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국무원 ‘의견’이 언급한 부동산 장기임대, 스포츠 산업, 노인 서비스 등 분야에서 수혜업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쉬 주임은 앞으로의 정책은 소비 촉진에 초점을 맞춰 짜여질 것이라며 소비 업그레이드를 통한 경기부양 지속을 강조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