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러시아 전역에서 열린 가운데 경찰이 800명 이상의 시위대를 체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각) 인권단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와 그의 지지자들의 주도로 열렸다. 나발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反)체제 인사 중 한 명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오랫동안 권력에 매달려온 '독재적인 차르(군주)'로 비난한 적 있다.
하지만 나발니는 지난 27일 법원으로부터 시위법 위반 혐의로 30일 구류를 선고받아 수감돼, 이번 시위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9일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연금법 개혁안 항의 시위는 이날 80개 이상의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이 시위를 허가하지 않아 경찰이 시위대를 구타하거나, 끌고 가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러시아 인권단체인 OVD-인포(OVD-Info)는 33개의 도시에서 839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체포돼 억류된 이들 중에는 나발니의 가까운 보좌관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OVD-인포는 체포된 839명 중 354명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러시아 당국과 로이터통신은 이날 모스크바 푸슈킨 광장에만 약 2000명의 시민이 운집했다고 추산했다. 시위대 중 일부는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 "푸틴은 도둑"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모스크바 거리를 행진했다.
통신은 이날 시위의 성격과는 다르게 시위에 참석한 시민 중 많은 이들이 청년층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위에 참석한 니콜라이 보로딘(22)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고, 나의 미래와 노년에 희망을 갖기 위해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며 참여 이유를 밝혔다.
러시아 전역을 뒤집은 연금법 개혁안 항의 시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퇴직·연금 수급 연령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6월 러시아 정부가 발의한 연금 개혁안은 연금 수급 연령을 남성은 60세에서 65세, 여성은 55세에서 63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혁안에 항의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여성의 연금 수령 연령을 기존에 발의한 63세에서 60세로 하향 조정할 것을 발표했다. 현재 러시아 남녀의 평균 연령은 남성 66세, 여성 77세다.
하지만 정부의 개정안 수정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이 돌아선 민심을 회복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개혁안 발표 후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15%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