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보행자 '우측통행' 전면 시행
서울지하철 4·7호선 노원역 환승통로는 여전히 좌측통행 권고
서울교통공사 "특수한 구조 탓...통행방향 변경 없어"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우측통행한 것이 잘못인가요?"
서울 광진구에 사는 대학생 A(25)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서울지하철 7호선 노원역에서 환승통로를 통해 4호선으로 갈아타러 가던 A씨는 바깥 구경을 하며 무심코 우측으로 통행했다. 그러다 마주오던 행인과 어깨가 부딪혔다. A씨는 곧장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다 이내 본인의 잘못임을 깨달았다.
천정에 달린 전광판 화살표가 'X'를 가르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편 좌측 방향에서 초록색 화살표가 올바른 통행방향을 안내하고 있었다. A씨는 "주위를 잘 살피지 않는 내 잘못도 있지만 왜 이곳만 좌측통행을 권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처음 환승통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화살표 방향을 잘 보고 따라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서울지하철 4·7호선 노원역 환승통로에서 이용객들이 좌측통행을 하고 있다. 2018.8.27 |
보행자 '우측통행'이 전면 시행된 지 8년이 된 가운데 서울지하철 4·7호선 노원역 환승통로가 여전히 좌측통행을 권고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27일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서울9호선운영, 서울메트로9호선운영 등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9호선 중 좌측통행을 유도하고 있는 지하철역은 노원역이 유일하다.
정부는 2010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50여 년 동안 시행하던 좌측보행을 우측보행으로 변경했다. 대부분 오른손잡이인 보행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 교통사고를 줄이고 보행자 안전을 제고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지하철을 비롯한 공항, 철도 등 시설 내에서 시행하던 좌측통행을 모두 우측통행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노원역 환승통로는 통행방향 전환 사업에서 제외됐다. 당시 서울시와 국토해양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종합적인 실태점검을 벌인 결과 노원역의 특수한 토목구조상 좌측통행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 위치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좌측통행을 하는 것이 이용객의 안전을 지키고 효율적인 환승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다만 이용객들이 이미 우측통행에 익숙해져 발생하는 크고작은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환승통로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도 좌측에 위치해 있어 무심코 우측으로 가면 반대방향 에스컬레이터를 맞닥뜨리게 된다. 또한 환승통로 이후 계단과 다음 에스컬레이터는 다시 우측통행으로 전환되는 만큼 이용객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더욱이 노원역은 일평균 이용객(승하차 인원) 9만여 명이 넘고 환승객만 5만여 명에 달하는 거점 환승역 중 한 곳이다. 이러한 탓에 통행방향을 바꿔달라는 이용객들의 민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사 측은 노원역이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는 만큼 기존의 통행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지금 다시 통행방식을 바꾸면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바꾸는 등 공사를 새로 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기계고장 등으로 인한 이용객 안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