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폭염 발생시 국민 행동요령’
"냉방병 예방위해 실내외 온도차 5℃내외 유지해야"
올 여름 38℃ 웃도는 폭염 탓에 비현실적인 지침이라는 지적 제기
전문가들 "냉방병 원인 다양...실질적인 예방 지침 알려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올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냉방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연일 이어지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 탓에 행정안전부의 냉방병 예방 지침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5월 폭염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여름철 폭염에 대비했다. 홈페이지에도 '폭염 발생시 국민 행동요령'을 게시하는 등 국민들에게 올바른 폭염 대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공문을 제작해 일선 구청 등에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해당 지침에는 폭염뿐만 아니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냉방병과 관련한 예방법 내용도 담겨있다. 지침을 살펴보면 '냉방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실내외 온도차를 5℃내외로 유지하여 냉방병을 예방하도록 합니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강 실내 냉방온도는 26℃~28℃가 적당'이라며 부가 설명이 돼있다.
그러나 연일 35℃ 이상의 살인적인 폭염 속에 냉방병 예방을 위해 실내외 온도 차이를 5℃ 내외로 맞추라는 지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폭염 때문에 누진세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안부의 냉방병 예방 지침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29)씨는 "요즘같은 더위에 누가 냉방병 걱정하며 에어컨을 틀겠나"라며 "조금 더 현실적인 냉방병 예방 수칙을 홍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지침 내용을 접한 서울시 일선 구청 직원도 "실내외 온도 차이를 5℃로 유지하려면 에어컨 온도를 32~33℃로 맞추라는 소리인가"라며 "내부 온도를 26~28℃로 맞추라면서 실내외 온도 차이를 5℃ 내외로 유지하라는 지침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의 냉방병 예방 지침은 보통 여름철 기온 기준으로 작성된 것인데 이번 여름 폭염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번 여름이 끝나고 지침 내용에 대한 개정 논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냉방병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실질적인 예방 지침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실내외 온도차 5℃ 내외는 비현실적이며 10℃내외까지 기준을 정해도 무방하다"며 "영유아나 노인 등에게는 냉방병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정부에서 계층별 예방수칙을 수립해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며 "냉방기를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내부 오염원을 줄이는 동시에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