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대규모 개봉 이어져
내향적으로 변하는 일본 영화 산업에 우려
차기작 프랑스에서 준비…한국에서도 작업 원해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혈연이 아닌 가족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된 영화 ‘어느 가족’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 제작 의도와 메시지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26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우연히 연금 사기 사건 기사를 접하게 됐다. 그 기사를 접하면서 혈연 이외에 어떤 요소로 가족을 구성해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진전시켰다”며 “‘어느 가족’은 패밀리드라마라기 보다 가족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서 일어나는 마찰에 집중해서 만든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15년 정도 독립영화를 만드는 입장이라 큰 규모 개봉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지금도 영화를 만드는 태도나 자세는 변하지 않았지만, 여러 (외적인) 변화로 국내외 많은 분이 제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일본에서도 300만 관객이 ‘어느 가족’을 봤고 타이완, 홍콩,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개봉을 위해 힘써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영화 '어느 가족'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eepblue@newspim.com |
고레에다 감독이 말하는 여러 변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칸국제영화제 수상이다. ‘어느 가족’은 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는 “작품 만들 때마다 작게 나와서 오랫동안 키워가자는 마음이다. 칸 수상에 힘입어 많은 사람에게 (영화가) 퍼져가고 있다. 예상치 못한 기쁜 일이다. 일본에서는 오리지널 작품이 대규모로 개봉하는 게 쉽지 않은데 꾸준히 해온 게 이런 형태로 보답받나 싶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계속 영화를 만들어 가고 싶고 그게 지금보다는 수월해질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다”고 털어놨다.
‘어느 가족’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최근에는 무엇이 사람들의 정서에 울림과 감동을 주는가, 국경과 문화를 넘어서 전해지는가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의식해도 잘 안될 수 있다. 그저 지금 제게 절실한 모티브를 파헤치면 전해질 건 전해진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제 작품을 사랑해주는 다른 국가 관객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수용해 준다는 걸 실감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신뢰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영화가 친절해졌다”는 평에도 “관객과의 소통도 의식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이가 많아지고 영화를 길게 하면서 기술적인 면에서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을 떠올리지는 않고 매 작품 말을 거는 상대는 있다. 이번에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서 만들었는데 그런 차이가 어쩌면 영화가 이야기하는 방식에 반영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을 통해 ‘가족을 만드는 것이 핏줄인지, 함께 보낸 시간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앞서 그는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에서도 가족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즉, 가족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는 “가족은 규정짓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자세”라면서 “너무 억압적으로 가족은 어때야 한다, 좋은 가족이란 어떤 거라는 정의는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는 거다. 여러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으로 이번 작품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영화 '어느 가족'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deepblue@newspim.com |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내향적으로 변하는 일본 영화 산업에 우려도 표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국제 사회까지 시야를 두지 않고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 해외에 소개되고 호평받은 선배들의 좋은 전작이 있다. 일본 영화는 지금 그 후광에 힘입고 있다. 하지만 이게 계속되지 않을 거다. 이렇게 10~15년이 지나면 인재임에도 넓은 곳에 소개되지 못하거나 재능조차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렇지 되지 않도록, 확장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저는 계속 도전 중”이라고 했다.
실제 고레에다 감독은 차기작으로 도전에 나선다. 그는 “다음 작품은 일본에서 일본어로 만드는 게 아니라 프랑스에서 프랑스, 미국 배우와 함께한다. 에단 호크가 출연한다. 다음 주에 파리로 가서 구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 언어를 넘어서 연출자가 연출할 수 있는가가 숙제로 주어지는 흥미로운 상황이다. 그 도전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것이 좋은 형태로 마무리된다면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언어와의 작업도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는 한국에서도 해보고 싶다. 같이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가 많다. 지금 하는 작업을 발판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배우와의 만남으로 확대하고 싶다. 그래서 또 이렇게 만나게 뵙길 바란다. 그렇다면 큰 행운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