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승주 사회부장 =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눈길을 끄는 형법 일부 개정안을 27일 내놨다. 홍 의원이 발의한 형법 일부 개정안의 핵심은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의 면제나 일부 감경하는 현행 형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치킨에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맥주를 함께 파는 프랜차이즈 창업자가 ‘술 취해 사고친 사람 봐주지 말자’는 법률 개정안을 낸 것을 보면 술이 가져오는 폐해가 어지간한 모양이다. 홍철호 의원은 굽네치킨을 창업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동생 홍경호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홍 의원이 개정을 주장하는 조항은 형법 10조다. 현행 형법10조는 ‘심신장애’에 대해 규정한다. 3개항으로 이뤄져 있다.
제10조 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어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이다. 마지막 3항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로 적혀 있다.
어려워 보이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완전하게 심신장애가 있는 사람은 벌을 줄수 없고 △범죄를 저지를 당시 심신장애 상태로 판단되면 형을 줄여주고 △범죄를 작정하고 술을 마셔 심신장애를 스스로 유발하는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제10조2항을 적용받는다. 술을 마셔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진입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행위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술에 취하면 변별력이 없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고, 미약한 ‘심신장애모드’로 돌입하기 때문에 맨 정신에 ‘사고를 친 때’보다 벌을 덜 줘야 한다는 해석이다.
일명 ‘주취감경’(술을 마셨기 때문에 죄를 줄여준다)이다. 심신장애에 대한 법리는 형법상 책임주의다. 형법상 책임주의는 ‘책임없는 곳에 형벌없다’는 원리다. 책임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고, 책임이 부족하면 처벌도 그만큼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이 제출한 일부 형법개정안은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을때 오히려 벌을 더 줄수도 있는 조항의 신설이다. 감경대신 가중처벌이 중심이다.
실제 법원에서는 주취감경을 적용해 ‘술 마시고 친 사고’에 대해서 형을 줄여주는 판결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시에서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조두순 사건이다. 만취에 따른 심신장애 상태를 인정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12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대법원은 2011년 3월 음주나 약물에 따른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으로 양형기준을 수정했다.
하지만 근본원인으로 지목되는 ‘술’과 관련한 주취감형 자체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해 21만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취범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5월1일에는 주취자를 구조하던 중 폭행당한 소방공무원이 사망했다. 4월30일 광주 광산구에서 7명이 1명을 집단폭행한 광주집단 폭행사건도 음주 후 이뤄졌다.
홍철호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살인, 절도 등 5대 강력범죄 가운데 70만8794건(27%)이 음주상태에서 일어났다. 10건 가운데 3건이 술 때문에 빚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국회도 주취감경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법안을 5차례나 발의했다. 홍철호 의원이 가세하면 6번째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앞서 거론한 형법상 책임주의각 제기되며 논의가 중단됐다.
흔히 ‘술이 원수지 사람이 무슨 죄가 있냐’는 말을 한다. 아니다. 술은 죄가 없다. 냉장고나 선반 등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있는 술을 마신 사람이 문제다.
이번에는 제대로 술 관련 형법 개정안이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술 취해 저지른 일은 괜찮다’는 그릇된 의식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창업자였던 홍철호 의원이 주폭(주취폭력자)에 시달리는 점주를 아끼는 마음에서 형법 개정에 적극 나선 것으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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