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무역 휴전 선언후 불과 2개월만에 '전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EU가 미국의 천연액화가스(LNG)를 대량 매입할 것이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자동차를 제외한 품목의 무관세 합의를 도출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장클로드 융커(좌)와 도널드 트럼프(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승리를 자축하며 내뱉은 발언이 귀에 익은 것은 지난 5월 그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엄청난 규모로 사들일 것”이라고 말한 것과 절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불과 2개월이 지난 사이 G2(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은 위험 수위로 악화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5000억달러의 수입품에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며 협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위원장의 25일(현지시각) 무관세 합의에 유럽 주요국과 금융시장이 크게 반색했지만 회의적인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면적인 관세전의 리스크가 일단 봉합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무관세 합의가 실제로 이행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무역 장벽을 무너뜨리자는 데 양측이 한 목소리를 냈지만 구체성이 결여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협상 과정에 보였던 변덕을 되풀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합의가 성추문 관련 녹음 파일이 공개된 데 따른 정치적 파문을 덮기 위한 묘책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스캔들이 잠잠해지면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다.
골드만 삭스는 26일 보고서를 내고 “이번 합의로 미국과 EU의 갈등이 한풀 꺾인 것이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알맹이가 빠졌다”며 “중국과 협상 과정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양측의 실무 협상 과정에 의견이 틀어지고 무역전쟁 리스크가 재점화 될 여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중국과 ‘휴전’을 선언했지만 단시일 안에 관계는 급랭했고, 관세 전면전이 전개됐다.
옥스코드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닉슨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합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불확실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령, 양측이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와 이에 대한 보복 관세를 해결하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수석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번 무역 휴전 합의는 몇 달 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나타났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며 “결과만은 다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EU 측과 합의가 정치적 목적을 앞세운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그와 불륜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과 얽힌 성추문을 잠재우기 위해 마이클 코언 변호사와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세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융커 위원장과 ‘역사적인 날’을 연출했다는 판단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