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북미 협상 비판론 잠재우고, 北의 호응 촉구하는 일석이조 기대
김정은 "위대한 여정 시작..재상봉 기대" 등 언급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격 공개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친서 공개'라는 극단 처방으로 정면돌파에 나선 셈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정상회의를 마치고 영국 방문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으로 부터 받은 매우 좋은 노트"라며 친서의 한글 원문과 영어 번역본을 공개했다. 지난 6일자로 서명된 김 위원장의 친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방문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진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친서를 통해 김 위원장은 "24일전 싱가포르에서 각하의 뜻깊은 첫 상봉과 우리가 서명한 공동성명은 참으로 의의깊은 려정(여정)의 시작으로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두 나라의 관계개선과 공동성명의 충실한 이행을 위하여 기울이고 있는 대통령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사의를 표합니다"라고 적었다.
김 위원장은 "조미(북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친서는 "대통령 각하의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관계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공개를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의지를 여과없이 드러냄으로써 점차 확산되고 있는 대북 핵 협상 실패론을 잠재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에선 최근 북한의 비핵화 진의를 의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지난 6~7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데다가 북한 외무성이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 "강도같은 요구를 했다"고 비판하고 나서자 워싱턴의 북미협상 기대감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더구나 북한이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군 유해송환 실무협상에 일방적으로 불참하자 이같은 기류는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자신의 중요 업적으로 삼으려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김 위원장과의 담판이 자신의 최대 치적이 아니라 실책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사진=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 캡쳐] |
이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핵 후속 협상이 진전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북한의 선의가 중요하다" 거나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가 서명한 계약,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한 악수를 존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응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토 정상회담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을 소개하며 "그는 (북한과) 매우 잘 지내고 있고, 그곳에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격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북미협상 회의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김정은 친서 공개'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 이행과 북미관계 개선 의지가 담긴 김 위원장의 친서 공개를 통해 평양 당국의 성의있는 호응을 압박하는 효과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위원장의 친서 공개를 통해 미국내 비판론을 잠재우는 한편 김 위원장의 성의있는 호응을 이끌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지 주목된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