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룬퉁 연내 출범, 외자 중국 금융시장 진출 규제 대폭 완화
자산관리 등 영업 분야 확대, 일대일로 참여 기회 기대
[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와 중국 견제로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상하이를 필두로 시장 개방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 중국 상하이시 정부는 '국가의 개혁개방 중대조치를 통한 개방형 신형경제체 건설 목표 실현을 위한 상하이시의 행동방안'이라는 긴 제목의 문건을 발표했다.
해당 행동방안은 투자환경, 플랫폼, 지적재산권, 산업, 금융의 5대 분야에 걸쳐 100가지에 달하는 개방 확대 조치를 담고 있어 '상하이 개방확대 100대 조치'라고도 불리고 있다.
'상하이 개방확대 100대 조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금융 분야에 대한 개방 확대다. 100대 행동 방안 중 26개 항목이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26개 항목은 ▲ 외자 금융기업의 시장 개방 확대, 진입 장벽 완화 ▲ 외자 은행과 증권사의 영업 분야를 확대 ▲ 외자의 지분 규제 제한 완화 ▲ 보험시장 개방 확대 ▲ 해외 자본시장과의 협력과 교류 강화가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외자의 중국 금융기관 지분 보유 제한 규체 완화와 점진적 철폐, 위안화와 증권 대리 발행 등 외자의 영업 분야 확대, 외국 보험사의 영업과 지분 보유 제한 완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위한 국제 금융 협력 강화, 연내 후룬퉁(상하이-런던 증권거래소 연계 거래) 출범 등의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했다.
◆ 글로벌 금융 총수 앞다퉈 중국 시찰, 투자 확대 기회 모색
중국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시장 개방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4월 시진핑 주석이 보아오포럼에서 개혁개방 지속과 개방 확대를 '선포' 한 후 중국 정부의 개방확대 조치는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40년 동안 진행된 개혁개방 정책이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낙후한 중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신(新) 개혁개방은 금융과 첨단산업 등 고부가가치 신흥산업을 핵심으로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놓여있다.
중국의 신개혁개방에서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금융시장이다. 그간 중국의 금융시장은 각종 규제와 환경적 한계로 외자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대대적인 금융 시장 개방에 나서면서 외자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중국 자본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위한 외국 금융기관의 중국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중국에 신규 진출하거나 대중 투자를 강화하는 외국 금융기관이 이미 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29일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중국 법인 설립은 중국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외국 자본의 기대감과 외자의 본격적인 중국 금융시장 진출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며 큰 화제가 됐다.
외국 금융 기관의 고위 임원들도 연이어 중국을 방문, 새로운 기회 포착의 기회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주 베이징을 방문한 장 라비(Jean Raby) 나티시스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Natixis Investment Managers) CEO는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지난 2004년과 중국 시장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온 도시가 확력이 넘친다.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계속 각 분야의 기업, 협력사 그리고 금융계 인사를 만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5월 말에는 네덜란드 랄프 해머스 ING그룹 회장이 베이징을 방문, 중국 정부 기관과 대중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도 지난 6월 중국을 방문해 10일의 짧은 일정동안 베이징, 청두, 선전, 광저우 및 상하이의 5개 도시를 시찰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 외자 '보다 자유로운 영업, 자산관리 서비스, 일대일로 사업' 참여 기회 노려
중국의 개혁개방 40년의 과정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를 거뒀던 외국 금융 자본은 새롭게 찾아온 기회에 대한 큰 기대감을 품고 있다.
중국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는 최근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외국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외자 지분 제한 규제 완화', '경제 성장', '일대일로'의 단어가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통한 금융시장과 산업 확대, 지분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자유와 영업력 강화, 일대일로라는 중국의 국책사업 참여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퉁(朱彤) 도이체방크 중국총재는 "외국 금융자본의 투자 지분 규제 완화를 계기로외국 금융기업이 중국 경제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었다. 커스터디, 컨설팅 등으로 영업 분야가 확대되고, 모그룹을 통해 해외채권 발행, 상장, 인수합병, 융자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ING그룹은 "일대일로 관련국 중 25개 국가에 우리 기업의 지점이 있다. 유럽내 우리의 네트워크와 우리가 지분을 보유한 베이징은행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라며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도 "일대일로 정책을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로 여기고 있다. 우리 은행은 45개 일대일로 관련 국가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2017년 한 해 동안 50개에 달하는 일대일로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지난해 말 2020년까지 일대일로 관련 사업에 200억 달러의 융자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맥킨지는 "향후 7~10년 중국인의 저축 규모가 4조 달러에서 15조 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 규모도 엄청나게 커지게 될 것이다. 때마침 중국 정부가 금융 시장 개방에 나서면서 외국 금융사들은 유례없는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그 누구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