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저축은행 고금리대출 등 대표적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2주간 근무하며 수십개에 달하는 과제를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제 중에는 김 전 원장이 직접 챙겼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문제가 포함돼있다. 또 '약탈적 대출'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도 대표 사례다.
후임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감독혁신 과제(5대 부문, 17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김 전 원장이 직접 챙긴 금융개혁 과제가 이번 윤석헌발(發) '금융감독혁신 과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10일 복수의 금융감독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기식 전 원장은 2주 동안 재임하면서 직원들에게 금융개혁 과제를 수십 여 개를 제시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위원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김 전 원장은 참여연대와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 당시 금융업계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삼성의 차명계좌 문제를 지적해왔고, 대기업 계열 금융사에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에 앞장섰다. 삼바 분식회계 문제는 김 전 원장이 재임 당시 직접 챙겼던 이슈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이 증권선물위원회의 삼바 감리조치안 수정 요구를 거부하고 원안을 고수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금융감독 혁신 과제 브리핑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증선위는 수정 요구를 해왔지만 이 부분은 원안 고수가 우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고위 임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는 (김기식 전 원장이) 이미 결론을 낸 것이기 때문에 (윤석헌 금감원장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이 모든 은행과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문제 집중 점검에 나선 것 역시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원장은 전날 "서민·취약계층의 대출 선택권이 제한되는 점을 악용해 차주의 위험도에 비해 과도한 대출금리를 부과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대출금리 부당부과 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저축은행별로 대출금리 등 영업실태를 공개하고 금리산정체계 현장검사 등을 통해 대출금리 부당부과 여부를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기식 전 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을 '약탈적 대출'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부업체의 높은 이자율을 비판하며 당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이던 연 25%를 연 2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궁극적으로 금융기관은 연 10%대로 최고이자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로 했다.
김 전 원장이 남긴 과제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금융그룹통합감독 △스튜어드십 코드 △노동이사제 도입 등이 핵심 과제에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원장은 전날 "근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견해가 금융회사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금융사의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는 유보 입장을 밝힌 금융위원회와 다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