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들 "황당해…사고 위험 떄문에 공간에 따라 주차"
일부 업계 관계자 "바빠서 그럴 시간 없다…무조건 선착순"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운전자들 사이에선 “강남 일대에서 발레파킹을 맡기면 외제차는 지상으로, 국산차는 지하로 간다”는 얘기가 화제다.
한 운전자는 “심지어 강남에선 ‘푸조도 지하주차장행’이라더라”라고 말했다. 소문을 들어봤다는 경차 운전자 정모씨(28·여)는 “21세기에 골품제 아니냐”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하지만 서울 강남 일대의 대리 주차 직원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들은 “외제차와 국산차가 기준이 아니다”라며 “자동차 크기에 따라 공간에 맞게 주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서울 강남역에서 만난 한 주차직원은 “주차 여유 공간에 따라 다르다”며 “공간이 넓은 곳엔 외제차를 주차하고 공간이 협소한 곳엔 국산차를 주차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역이 워낙 골목도 많고 비좁아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 어쩔 수 없다”며 “800만 원짜리 자동차와 8억짜리 자동차가 같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체 직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국산차 외제차에 따라 나뉘는 게 아니라 가격에 따라 나뉘는데 보통 고가의 자동차가 외제차가 많다”며 “같은 사고가 났을 때 금액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몇 억원짜리 자동차를 사고 위험이 많은 곳에 주차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한 주차 대리 업체 관계자는 “외제차는 국산차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견적이 많이 나오니 신경 쓰는 편”이라며 “2억~3억원 이상 되는 고가의 차량은 안전한 곳에 주차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여기는 골목이 비좁고 경사 있는 곳이 있어 사고 위험이 항상 많아 대리 주차하기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몇몇 업체 관계자는 “일부 운전자들의 편견일 뿐”이라며 “무조건 선착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10여 년 넘게 대리 주차를 했다는 한 업체 관계자는 “바쁜데 그렇게 생각할 여유 없다”며 “다만 병원 내원이나 신랑·신부 화장 등으로 오래 머물러야 하는 자동차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리고 식당 방문처럼 짧은 방문 자동차는 지상으로 올린 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이른바 ‘슈퍼카’는 무게 때문에 지상행이다. 로데오거리의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주차장 타워 마다 기준이 다른데 우리 업체의 경우, 제네시스EQ900, BMW7 시리즈는 안 들어간다”며 “안에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지상에 외제차를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일대는 주차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은 편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슈퍼카’가 오면 우리도 부담스러워 ‘주차 공간이 없다’고 거절한다. 슈퍼카는 스크래치만 나도 2000만원에서 억 단위까지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여긴 람보르기니, 페라리 정도는 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연예인이 타고 다니는 밴도 받지 않는다”며 “밴은 한 대 반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손해“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발레파킹 업체들의 불법 주차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에 따르면 발레파킹 업체가 강남구 일대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다 적발된 건수는 올해 1~4월 사이 513건으로 집계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발레 파킹 업체가 주차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주변에 불법적으로 차를 세워 근처 거주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는다고 민원을 많이들 제기 한다”고 말했다.
황당한 경우도 있다.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구청에서 단속을 나가는데 자동차 소유자가 방문한 식당이나 발레파킹 업체에 ‘내가 정당하게 주차를 맡겼는데 왜 단속이 떴냐’며 항의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