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과세, 종가세(가격 비례 세금)→종량세(양 비례 세금)
국산 맥주업계 "역차별 해소 환영"
저가 주류업계는 '부정적'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맥주에 붙는 세금의 기준을 ‘가격’이 아닌 ‘양’으로 바꾸는 주류세 개편을 두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주류업계 및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기재부에 맥주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내용의 건의를 했다.
종가세는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맥주 뿐만 아니라 소주와 양주, 막걸리 등 거의 모두 주류에 적용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 일반적인 종량세는 가격이 아닌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국산맥주 수입맥주 수제맥주 세금 비교 |
국세청이 맥주 과세체계 개편을 건의한 것은 ‘역차별’ 지적 때문이다. 현재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으로 구성되지만,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관세 포함)로만 돼 있어 세금이 다르다.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빠지다 보니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국산 맥주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입맥주의 70~80%를 차지하는 미국산과 유럽연합(EU)산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0원’이다.
실제 2012~2014년 평균 주세(500ML 1캔)는 국산맥주가 395원으로, 수입맥주(212~381원) 보다 최대 183원이나 낮다. 당연히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도 국산맥주가 수입맥주 보다 높아 원가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건의한 주세법 개정안을 검토중이다”며 “7월 말로 예정된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세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국내 맥주 제조사들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A 맥주사 관계자는 “불평등한 경쟁 조건이 개선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5년 17만919t이던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33만1211t으로, 3년만에 93%나 급증했다. 수입금액 역시 1억4186만달러에서 2억6309만1000달러로 85% 가량 늘었다.
B 수제맥주사 관계자는 “최근 수제맥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지만 가격 부담 탓에 수제맥주 시장 확대 속도는 더딘 상황”이라며 “종량세로 개편된다면 출고가격을 낮출 수 있어 산업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류 종류에 따른 과세율 |
맥주 주세개편은 소주와 위스키, 막걸리 등 다른 주류업계에서도 관심사다. 종량세로의 과세체계 개편이 다른 주종으로 확산될 경우에 대비해서다.
C 증류식 소주 관계자는 “저가의 원료구입과 주정 수입을 통해 낮은 제조원가를 유지하는 등 원가 절감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종가세는 후진적인 제도”라면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주세에 종가세를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 등 3개국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D 막걸리 제조사 관계자는 “주류 소비 문화 변화에 발맞춰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만 현행 법상 기술 개발이나 원가 절감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싼 값으로 즐기는 서민주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맥주만 주세체계를 바꿀 경우 다른 주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