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남재준 등 국정원장 세 명에 모두 '실형' 선고
'뇌물공여' 혐의는 무죄로 판단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정원장들이 '뇌물공여' 혐의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검찰 측 관계자는 15일 국고손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장원장에 대한 1심 선고 직후 "인사·감독권자인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국정원장들이 국정원 돈을 공여한 이 사건에서 '직무관련성'은 판례상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특히 "뇌물의 자금원이 나랏돈이라는 사정 때문에 뇌물로서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고 대통령에게 개인 돈을 전달하면 뇌물이 되고 나랏돈을 횡령해 전달하면 뇌물이 아니라는 비합리적인 논리에 이르게 된다"며 "오히려 죄질을 더 나쁘게 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또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직속 상관이자 직접적인 직무관련자로서 인사·조직·예산·현안에 관한 모든 결정권을 지니고 있다"며 "수수한 금액이 35억원에 달하는데 그 금액이 오로지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를 부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아울러 이번 사건이 '요구형' 뇌물 사건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양형가중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뇌물성이 인정되지 않은 점 역시 문제삼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역시 요구형 뇌물이었으나 뇌물성이 인정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뇌물이 아니라 예산지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청와대와 국정원간 예산지원을 할 수 있는 법률상 제도가 전혀 없음에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헌법과 법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무엇보다 수수한 자금의 용처가 개인 주택관리와 치료비 등에 쓰였다는 것에 비춰봐도 도저희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를 정기적으로 상납받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대통령으로서 직무에 대한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전 국정원장 세 명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는 징역 3년, 이병기·이병호 전 국장원장에게는 각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가운데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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