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 선거운동 기간 중 강남 3구 집중공략
"이제는 강남서 민주당 구청장 나와야 한다"
"與 후보 당선돼야 정책혜택 갈 것" 엄포까지
시장 선거결과 낙관...친위부대 구축하는 듯
[서울=뉴스핌] 오채윤 기자 = 6.13 지방선거를 5일 앞둔 가운데,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강남구를 4차례나 방문하는 등 '강남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박 후보의 '강남권 공략' 행보는 서울시장 당선을 넘어 당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8일 부인 강난희 여사와 함께 강남구 세곡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그 후엔 세곡동 학부모간담회, 강남 경로당 등을 차례로 방문, 학부모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어르신들에게도 큰 절을 올렸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정순균 강남구청장 후보, 이정근 서초구청장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2018.05.31 kilroy023@newspim.com |
◆ 박 후보, 선거운동 기간 중 4차례나 강남 찾아 유세..
정치 전문가 "강남 구청장 배출 땐 호랑이가 날개 다는 격"
주변에선 "강남구가 격전지로 꼽히는 만큼 사전투표 장소를 강남구로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서 전국적으로 대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강남에선 확실한 우위를 잡지 못했다. 근소한 우위를 점하거나 아직도 열세라는 분석도 많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부인 강난희씨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립 강남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들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8.06.07 kilroy023@newspim.com |
실제로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구청장 선거에서 그동안 한 번도 승리해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남북정상회담 등의 호재로 역대 어느 때보다 여당 지지세가 불고 있지만 강남 만은 공략이 쉽지 않다. 박 후보가 민주당 소속 구청장 후보들을 측면 지원하면서 승리를 일궈낼 경우 표심을 끌어모으는 '박원순의 능력'을 입증하게 된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총선, 지방선거에서 지원 후보들이 대거 승리하면서 표를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었다. 박 후보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의 최고 노른자위라 할 수 있는 강남을 품에 얻고 표를 모을 줄 아는 대선주자의 파워를 보여주겠다는 심산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강남을 얻는다는 것은 한국의 상위 1%, 최고 엘리트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상징적 효과가 있다"며 "여권 내에서 이미 차기 대선주자 1순위인 박 후보가 이번 선거서 3선에 성공하고 강남권 구청장까지 배출해 후방 지원군을 얻게 된다면, 이재명 임종석 같은 여권의 잠재 대선주자들보다 일찌감치 한발 더 앞서나가게 된다. 호랑이가 날개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그래서일까. 박 후보는 '나홀로' 유세를 했던 4년전 선거 때와는 달리 25개 서울시 민주당 자치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을 찾아 '지원 사격'하는 형태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선거는 민주당 지도부가 아닌 박 후보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강남 3구에서 민주당 소속 구청장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5개 서울시 자치구의 구청장·시의원·구의원을 모두 당선시키기 위해 박 후보가 야전사령관을 자임했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정순균 강남구청장 후보, 이정근 서초구청장 후보가 지난 31일 저녁 서울 강남구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에서 유세차량에 올라서서 지지를 호소했다. 2018.05.31 kilroy023@newspim.com |
◆ 보수진영의 철옹성 '강남', 전방위로 두들기는 박원순..
"같은 당 구청장 후보가 당선돼야 정책 혜택 돌아갈 것"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사전투표 인증 사진. <사진 = 박원순 후보 페이스북> |
강남 3구는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세인 지역이다. 민선 1, 2기 송파구청장을 제외하면 민주당 구청장이 없을 정도로 민주당이 넘보기 힘든 보수진영의 철옹성이다. 또 강남구는 박 후보가 2011년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구청 신년인사회는 물론 현장시장실·현장방문 모두 한번도 성사되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민주당이나 박 후보 입장으로선 그야말로 적진의 한 복판이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박 후보는 지원 유세 중 ‘강남 3구’를 겨냥, “같은 당 후보가 당선돼야 정책적 혜택이 갈 것”이라며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구청장이 모두 한국당 소속이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제가 일을 해보니까 구청장이 다른 당이 되고 생각이 다르면 서울시에서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주민들에게 가지 않는다”며 “같은 비전을 가진 분들이 모두 당선돼야 서울시가 하고 있는 정책이 전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박 후보의 부인인 강난희씨도 강남 공략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내조 유세'에 나서 눈길을 끈다.
여권에선 강씨가 선거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꺼리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강남권만 놓고 보면 박 후보보다 오히려 한층 더 밀착 유세를 펼치고 있다. 강씨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립 강남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찾아 일일이 악수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기도했다.
◆ 서울시장 3선 확신?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 겨냥하나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열번 두들겨 안 넘어가는 강남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강남에 입성하기 최적의 시기 아니겠는가."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난공불락' 같던 강남에도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남3구에서의 승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단히 상징적이라고 보고 박 후보를 비롯해 중앙당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서초 지역은 재건축 공사가 끝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입 인구가 늘면서 반전을 노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기대를 드러냈다.
박 후보는 페이스북에 "절박한 목표가 있다"며 "민주당이 서울지역 25개 구청장·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서울시의원·구의원 후보 모두 승리하는 것"이라면서 "민선 이래 단 한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강남구에서 최초의 민주당 구청장 시대를 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박 후보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강남·송파·서초·중구 등 격전지를 중심으로 막판 유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박 후보는 "격전지 구청장 후보 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25개 자치구 모두 승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