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최초 고액체납자 증권거래내역 전수조사
고액체납자 56명 215억원 채권 압류조치 성과
[편집자] 지방선거 시즌이면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가 후보자 ‘체납’ 문제다. 그런데 알고보면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 고액체납자 수도 상당하다. 문제는 체납 상습자들이 재산을 숨기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일선 지자체가 이들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은 경찰 수사를 방불케 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자체의 고액체납자 은닉재산 추적기를 쫓아봤다.
[수원=뉴스핌] 임성봉 기자 = “1년 넘게 추적한 끝에야 고액체납자 56명의 은닉재산 215억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세원관리과 광역체납기동팀은 지난해 1월 고액체납자들의 경제활동내역을 조사하던 중 눈이 번뜩이는 정보를 알게 됐다. 고액체납자 중 일부가 은행에 가져가면 즉시 환전 가능한 무기명예금증서를 가졌다는 사실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고액체납자 무기명예금증서를 압류한 사례는 없었다. 때문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광역체납기동팀은 놓치지 않고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은밀하게 이뤄졌다. 무기명예금증서를 조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고액체납자들이 은행에서 증서를 환전한 후 이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경기도가 지난 23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고액체납자의 이행보증보험 증권 거래내역을 전수조사해 215억 원의 채권을 압류했다. 사진은 오태석 경기도 세원관리과장(가운데)과 광역체납기동팀원들의 모습 2018. 05. 31 bong@newspim.com |
광역체납기동팀은 수개월에 걸쳐 압류계획을 세운 끝에 같은 해 3월 SGI서울보증 측에 1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들의 명단을 전달한 후 이들에 대한 무기명예금증서 조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SGI서울보증이 채권자 개인정보와 재산정보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면서 조사는 난관을 맞았다. 채권자를 보호해야 할 SGI서울보증과 이들의 무기명예금증서를 찾아내야 하는 경기도. 자칫 압류계획이 무산될 상황이었지만, 광역체남기동팀은 관련법을 찾아가며 SGI서울보증을 설득했다.
어르고 달래기를 수차례. 마침내 지난해 9월 SGI서울보증은 내부 검토 결과 경기도 요청대로 고액체납자들의 보증거래내역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압류계획이 탄력을 받으면서 광역체납기동팀은 서둘러 고액체납자 약 3만7000명의 이행보증보험 증권 거래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노력 끝에 약 1년만인 지난 23일 광역체납기동팀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고액체납자 56명의 무기명예금증서 44건(26억원)과 매출채권 31건(189억원) 등 75건 총 215억원 규모의 채권을 적발, 압류 조치했다.
이번에 압류한 무기명예금증서는 거래내역등록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기 전인 지난 2006년 이전 발행돼 불법상속이나 탈세, 세금체납 등을 목적으로 보유했을 확률이 높은 은닉재산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 2010년부터 재산세 등 1100만원을 체납해 온 A씨(68)는 이번 조사에서 지난 2005년 신한은행이 발행한 8800만원 상당의 무기명 예금증서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 모두 압류당했다.
경기도청 전경 [사진=경기도] |
경기도는 오는 9월까지 압류된 예금증서와 매출채권에 대해 순차적 추심을 진행, 전액 체납세금에 충당할 계획이다.
경기도 광역체납기동팀 최수헌 주무관은 “이번에 압류한 예금증서와 매출채권은 고액체납자들이 과거보다 더 지능적인 수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경기도는 고액체납자들의 은닉재산을 잡아낼 체납징수기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