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대처로 '골든타임' 지키려는 시민 관심 고조
서울시 '시민안전파수꾼' 등 재난교육 참여 러시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가족이 쓰러져도 예전보단 덜 걱정이죠.”
지난 1월, 부친이 쓰러지던 상황을 떠올리면 P(41)씨는 아직 가슴이 떨린다. 평소 혈압약을 복용하던 70대 부친은 한밤중 화장실을 가다 쓰러졌다. 다행히 병원으로 빨리 옮겨 별일은 없었지만 P씨는 그 직후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언제 쓰러질지 모를 가족을 위해 최소한의 응급처치는 익혀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더미를 활용한 심폐소생술 교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지진이나 화재 등 대형재난이 빈발하면서 재난초기대응능력에 대한 일반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난초기대응능력은 지진이나 화재, 풍수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시하는 △위기전파 △피난유도 △심폐소생술 등 초동대처를 뜻한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P씨처럼 기본적인 재난초기대응교육을 이수하려는 시민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매년 실시하는 ‘시민안전파수꾼’의 경우, 2015년 교육 시작 이래 3년 만에 이수자 7만 명을 넘어섰다.
시민 참가자들은 위기상황을 판단하고 응급환자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재난대응 표준행동요령을 8시간에 걸쳐 배운다. 구체적으로 △위기상황판단(2시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3시간) △재난대응 표준행동요령(3시간)을 학습한다.
이런 교육들은 대형재난 발생 시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 최소한의 응급처치만으로 죽어가던 환자를 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P씨는 “제가 배운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뛰지 않는 사람의 골든타임 5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초동대처에 따라 생명이 좌우된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다. 이젠 가족이 쓰러져도 전보다는 걱정이 덜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민안전파수꾼 교육이수현황(단위:명, %) <사진=서울연구원> |
서울시 관계자는 “교육 이수자 성비가 비슷하고, 참가자 연령대가 고른 것은 그만큼 많은 시민들이 재난과 대응능력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고령자 가족을 가진 20~50대 시민의 참가 열기가 뜨겁다. 스스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60세 이상 참가자 역시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난초기대응능력 교육을 이수한 시민들은 인식전환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안전파수꾼’ 교육 이수자들은 응급처치 대처 지식이나 재난대응표준행동, 위기상황 판단능력 점수가 교육 후 각각 1.6점, 1점, 0.7점 상승했다.
시 관계자는 “‘지진 발생 시 이웃을 도울 의향이 있나’란 질문에 이수자 63.0%가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31.0%는 ‘적극 돕겠다’고 응답했다”며 “교육을 받고 재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