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교수 성추행 의혹으로 논문심사·졸업 차질
대학원생 90% 이상 “지도교수 변경해 달라” 동의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이른바 ‘고려대판 미투’로 알려진 K교수의 성추행 의혹으로 K교수 지도 학생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2018.03.27 beom@newspim.com <사진=박진범 기자> |
28일 고려대에 따르면 K교수의 성추행 의혹으로 지도학생들의 논문 심사와 졸업 등에 차질이 생겼다.
K교수의 지도 제자들은 “애초 5~6월 사이 이뤄져야 할 논문 지도 및 심사 등 계획이 모두 틀어진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K교수의 지도제자들은 2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번 학기 논문 제출 예정자였던 A씨는 “교수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3월, 당연히 이번 학기에 논문을 쓰고 졸업한다고 예상했었다”며 “그런데 사건이 터진 뒤 앞으로 이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혼란스러웠다. 특히 교수님과 대면하는 것조차 부담감이 컸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A씨는 “논문이 안 나가도 문제고 나가도 문제”라며 “논문 지도 및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졸업이 안 될까봐 걱정이다. 또 혹시나 논문이 K교수 이름으로 나가게 되더라도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 다닐 텐데 이 또한 우려스럽다”고 했다.
K교수의 또 다른 지도제자인 B씨는 “이 곳은 폐쇄된 사회다. 학계에 있으면 ‘누구 제자’라는 게 평생 따라 다닌다”며 지도교수와 지도제자와의 관계를 ‘부모’와 ‘자식’ 관계에 비유했다.
그는 “고아가 된 상황은 받아드린다”며 “다만 우리가 잘못한 문제가 아니라 안타까운 면도 있고 교수님에 대한 배신감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논문 제출을 미룬 학생도 있었으나 "불이익이 있을까봐 두렵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 가운데 휴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고 전해진다.
이 가운데 학과에선 지도교수 변경 절차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성평등센터의 ‘성평등 및 성적자기결정권 보호와 침해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3조(신고 접수 등) 4항에 따르면 사건의 조사처리 과정에서 센터장은 피해자 및 피신고인의 격리 또는 피해자의 학습권 또는 근로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지도교수 변경 등 조치를 해당 부처에 요청할 수 있다.
K교수 지도제자들에 따르면 최근 대학원생 90% 이상이 “지도교수를 변경해 달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지도제자들은 지도교수 변경 절차 또한 미봉책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세부 전공이 달라 지도교수를 변경해도 의미가 없다. 특수한 전공이라 일부러 학교를 찾아서 입학했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B씨는 “학위 논문이 통과된 뒤 임용 추천서를 지도교수에게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학위 논문의 지도교수가 아닌 다른 교수님한테 임용 추천서를 받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어 학생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지도학생들은 학교 측에 “K교수를 파면하고 새로운 전공 교수가 빠른 시일 내에 부임할 수 있게 하라”며 “그마저도 불가피하면 외부에서 전공자를 지도위원장으로 모셔오길 바란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송희 고려대 대학원생 대책위원은 “미투 바람이 불면서 학교 측에선 적극적으로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일 처리에 있어 위력을 갖고 있는 조항이 없는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 학교 측에 가이드라인 정비를 요구하는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부위원장 또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상황인데 지도교수 변경을 학교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의 교수가 학생들을 괴롭힐 수 있는 여지를 계속 주는 꼴”이라며 “학생의 자율권 침해가 도를 넘으면 학생회 차원에서든 노조 차원에서든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가 겨우 용기를 냈는데 지도교수를 바꾸는 절차를 질질 끌어, K교수와 대면하게 만들거나 말을 섞게 만드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K교수가 속한 학과 관계자는 “상당수 학생들이 지도교수 변경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든지 상관없이 학생들한테 피해가 안 가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K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