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국제 문제 해결할 의지 없고, 능력도 없어"
"큰소리치고 보여주기에만 급급…협상 득실 따져보지도 않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북한과 이란 해법을 두고 큰소리치던 도널드 트럼프는 미 대통령 중 최악의 협상 자질을 갖췄다고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비판했다.
WP는 논평을 통해 미국 행정부의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북한과 이란 외교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특히 지난 한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복잡한 국제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고 무엇보다 능력 부족임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란과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단호한 강경책은 초반에는 효과를 내는 듯했다.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할 것이란 불안감에 유럽 각국이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대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외교적 협상의 시작이 그렇듯, 북한과 이란이 협상을 하겠다고 해서 미국의 완전한 승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 이란 핵 문제도 결코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으며,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분간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및 이란 협상을 통해 최대치를 끌어내 그것만 챙겼더라도 커다란 승리가 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는 서방국이 더 강경한 입장을 갖도록 만들면서 유럽과의 협력을 재확인했어야 했고, 북한의 경우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시험이나 배치를 지속적으로 동결시키면서 장기적 평화 협상을 지속해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라면 외교적 승리가 됐을 협상 기회를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날려버렸다. 특히 WP는 그 과정이 많은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란 합의 세부사항에는 관심도 없고 단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데만 혈안이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그가 한 번에 협의를 끝내기보단 장기적 협의를 선호하며, 특히 비핵화는 가장 최후에 논의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으려 하거나 선대들이 그랬듯 경제적 이익은 취하면서 비핵화 약속은 저버리려 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파악하려 하기보단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북한의 비판에 발끈해 북미 회담을 취소해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다른 미국 동맹국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WP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변함 없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는데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달 간 트럼프의 모습은 그가 진지한 협상에 관심이 없으며, 이익과 비용을 따지거나 복잡한 거래를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큰소리 치고 제스처를 보여주기에 급급한 그의 모습을 알 수 있다면서, 역대 미 대통령 중 최악의 ‘딜 메이커(deal maker)’라고 비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