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김 위원장, '북측 형편' 언급하며 요청"
하루 늦게 보도하는 北 보도 행태 때문인 듯
전문가 "보도 내용 두고 내부 논의 시간도 필요했을 것"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5.26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가 하루 늦게 이뤄진 것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제 논의한 내용을 왜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 발표하게 됐느냐는 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측이 형편상 오늘(27일) 회담 내용을 보도할 수 있다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며 “그래서 어제 회담 사실만 먼저 알리고 논의한 내용은 오늘 이렇게 내가 따로 발표하게 됐다.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27일 북한 노동신문에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사진=노동신문] |
◆ 김정은 '북측 형편' 발언 의미는? 하루 늦게 알리는 '北 보도 시스템' 때문인 듯
김 위원장이 언급한 북측의 형편이란 ‘속보’ 형식으로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한국을 포함한 타국 외신들과 달리, 하루 있다 보도하는 북한의 보도 행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일 아침 종이신문 행태로 북한 주민들에게 각종 소식을 전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염두에 둔 요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은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동원, 27일 새벽에 순차적으로 남북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자 총 6면 중 2면 전체를 할애하며 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껴안은 사진을 비롯해 회담 중 미소를 보이는 양 정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까지 전했다.
◆ 내부 논의 등 ‘물리적 시간’ 필요…대대적 홍보효과 노렸다는 분석도
지난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어디까지, 어떤 내용으로 보도할지에 대한 북한 내부적으로 조율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보도를 주도하겠지만 관계자들이 모여서 선전보도 내용과 관련해 논의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문 대통령이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남북 간 공동보도문 같은 형식은 아니다”라면서 “회담은 끝났지만 발표 할 내용을 조율하는 등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다. 이 때문에 시간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김 위원장의 노력을 내부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