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계관 부상 '자세 낮춘' 담화..."마주 앉아 문제 풀자"
트럼프 "생각 바뀌면 전화"...北 "아무 때나 마주앉을 용의"
전문가 "특사 중재·직접 접촉...북미대화 재개 가능성 있어"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한반도의 운명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그동안 기대가 높았던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무산됨은 물론 북미 관계가 전쟁을 언급했던 6개월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어서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밝힌 서한에서 "전세계, 특히 북한은 영속적인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당신들은 핵 보유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우리의 것(핵 능력)은 엄청나고 강력해서 나는 신에게 그것들이 사용될 필요가 없기를 기도한다"고 핵무력 사용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모두 회담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겨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취소에도 北 온건한 반응
김계관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는 마주앉아 문제를 풀 용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슬프게도 최근 당신의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할 때 이번에는 오랫동안 계획된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회담 취소 의사를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나는 당신과 만나기를 고대한다. 당신이 이 중요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생각을 바꾼다면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다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남겨뒀다.
북한도 신속히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북한은 25일 새벽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위임을 통한 대담에서 "일방적으로 회담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생각이 바뀐다면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에 대한 대답 성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음에도 북한은 온건한 대응을 취해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북미, 당분간 냉각기 불가피...양쪽 모두 대화 의지는 여전
양무진 "이제 다시 트럼프 차례, 정부는 대북·대미 특사 외교해야"
북미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면서 북미관계는 당분간 냉각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쪽이 대화의 뜻을 접지 않은 만큼 희망이 남아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계관 제1부상의 반응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에 따랐고, 임의의 시간·임의의 장소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트럼프의 서신에 답변을 했기 때문에 한가닥 희망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제 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할 차례"라며 "우리 정부도 그동안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해왔기 때문에 대북, 대미 특사 외교를 통해 다시 정상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김계관 담화를 보면 북한도 놀란 것 같다"면서 "북한의 반응이 신속히 나왔는데 이것은 북한도 판을 깨고 싶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을 바꾼다면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달라고 한 만큼 북한의 제대로 된 요구에 의해 다시 만날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오히려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오히려 북한 비핵화가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조진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미국과 북한 모두 만남에 대한 의사는 있다"며 "단 한번이 회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만큼 완전 실패라고 보지 않고 이를 계기로 신중한 모드로 들어가서 북미가 실무접촉 등을 통해 재개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