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회담 취소는 국제신용에 악영향 전망
[타이베이=뉴스핌] 강소영 기자=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당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것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환추스바오(環球時報 환구시보)는 24일 사설을 통해 미국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한반도 정세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고 미국 자신에도 난제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냉정을 되찾고 합리적인 결과를 선택할 것을 촉구했다.
환추스바오는 24일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통해 북한이 충분한 성의를 보였음에도 미국이 적대감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잘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일부의 여전한 의심의 눈초리에 경계를 나타냈다.
풍계리 실험장은 북한이 지난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곳으로, 북한의 협소한 면적과 자연조건 그리고 방대한 공사 규모를 고려하면, 북한이 이번 폭파를 눈가림용으로 사용하고 훗날 다시 핵실험장 재건에 나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단행한 몇 시간만에 미국이 양측 회담을 취소한 것은 다분이 '고의적인' 북한 자극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4일 발표한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은 미국이 어떠한 변명을 내놓더라고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연상케 한다며, 이번 사태가 "미국은 항상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일을 처리한다"는 외부 세계의 인식을 강화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러한 반응이 결국 미국의 국제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추스바오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태도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설사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양측이 섣불리 과격한 행동에 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동시에 중국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견지하는 북한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중문판에 따르면, 토니 블링큰 전 미 국무부 부장관과 미국 무기통제협회 등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결정에 심심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토니 블링큰은 "상대방이 이번 회담에 더욱 절박하다는 생각에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매우 위험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라며 "트럼프의 취소가 최후의 결정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무기통제협회도 "트럼프의 이번 서신은 매우 무책임한 행위로,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전 주중 미국대사 스타플레톤 로이는 "이번 결정이 결코 의외가 아니다"라며 "초기의 화해 분위기와 달리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정부의 상호 메시지에서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짙어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최근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시리아 공격도 경솔했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이런 행동을 취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글라스 팔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부원장은 "북한이 먼저 약속을 어겼다"며 미국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주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싱가포르 회담에 북한이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약속 위반이며, 미국의 결정은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향후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될 가능성이 있으며, 양측이 사전에 치열한 기선 제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