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방석에 앉아 있기 고통스럽다는 말 이제 안 통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현금이 왕이라는 목소리가 월가에 번지고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로금리 정책에 외면 당했던 현금이 10년만에 관심을 얻기 시작한 것.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월가에 판도변화가 발생한 것은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이 S&P500 기업의 배당 수익률을 앞지른 데 따른 결과다.
이날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이 1.8995%까지 상승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동시에 S&P500의 배당 수익률인 1.8959%를 제쳤다.
앞서 지난 1월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이 배당 수익률을 넘어선 데 이어 추세가 단기물로 확산된 셈이다. 2년물 국채 수익률과 S&P500 배당 수익률의 간극은 70bp로 확대됐다.
연준이 올해 3~4 차례의 긴축을 단행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금리 상승이 대체 자산으로 현금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패밀리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쇼월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날 자신의 트윗을 통해 “돈 방석 위에 앉아 있기가 고통스럽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히 금리 상승이 채권시장에 하락 압박을 가하면서 현금 자산의 상대적인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데 월가는 입을 모으고 있다.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이 10년래 최고치로 뛴 한편 6개월과 12개월물 수익률 역시 각각 2.08%와 2.28%로 오르며 10년래 최고치에 오른 상황. 현금이 위험자산을 대체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JP모간의 사만다 아자렐로 글로벌 마켓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현금과 단기물 채권은 투자자들 사이에 투자 자산으로 대우 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현금과 위험자산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골드만 삭스와 모간 스탠리가 머니마켓펀드의 투자를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골드만 삭스는 현금에 대한 3개월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높여 잡았고, 모간 스탠리는 글로벌 전반의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어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3.0% 돌파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지만 일드커브를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월가의 지적이다.
50bp 이내로 좁혀진 일드커브가 더욱 평탄화될 경우 위험자산이 조정을 받을 여지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단기물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유입이 활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셰어의 1~3년 만기 국채 ETF로 지난 한 주 사이에만 11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2014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