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 언론', '기울어진 운동장'..언론에 적대적인 洪
기사 점유율, 추미애의 두배..최고의 '이슈메이커'
당 내부선 홍 대표에게 '막말 자제' 요청 많아
여권도 은근 경계감 보여 "전략적으로 어휘 쓴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뜨겁다. 여의도에서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보수든 진보든, 성향에 상관없이 그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다.
남북정상회담 말미에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을 때도 많은 이들이 홍 대표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리고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그의 혹평을 '역시나~'라며 즐겁게 소비했다.
홍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주로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페북글’을 모아 책까지 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뉴스핌 DB> |
◆ 홍 대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운다?...언론과 전쟁 벌이며 이슈화
반면 그는 언론을 불신한다. 많은 언론이 좋게 말해 '친문(親文)', 심하게는 '어용'이라고 믿는다. 자신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운다고 믿는다. 기자들이 불편한 질문이라도 하면 경상도 스타일로 '씰~데없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친다.
최근에는 언론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더욱 격화됐다. 한 언론이 '위장평화쇼 홍준표 ‘역풍’, 한국당 지지율 12% ‘추락''이란 기사를 내자 그는 펄쩍 뛰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 여론조사,가짜 댓글조작,판사 파면도 청원하는 좌파들의 놀이터가 된 청와대 청원게시판 , 하루종일 편파방송하는 종편과 방송, 이에 덩달아 날뛰는 가짜언론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가히 가짜들이 판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라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홍 대표의 성희롱 의혹을 보도한 MBN에 대해 당사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정치인이 언론과 각을 세우는 일은 흔하지만 이토록 강경한 대응은 이례적이다.
45개 언론사의 최근 3개월 기사 분석 결과<자료=빅카인즈> |
◆ 언론진흥재단, 최근 3개월 조사했더니...홍 대표 언급기사 4510개로 압도적 1위
그렇다면 반대로 언론은 홍 대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5당 대표의 최근 3개월 기사 건수(45개 언론사)를 살펴보면, 5당 대표 6명의 이름이 한 명이라도 들어간 기사 중 홍 대표가 언급된 기사가 총 4510개로 점유율 43.0%로 단연 1위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0%에 그쳤다. 제 1당 대표보다 야당 대표가 2배 이상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홍 대표가 확실한 '이슈메이커'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향단이·연탄가스·바퀴벌레·암덩어리·고름·충치 등 같은 당 사람들을 향해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는 그의 화법이 워낙 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언론이 홍 대표를 다루는 방식은 어땠을까. 빅카인즈를 통해 홍 대표 기사의 주요 연관어를 보면, 다음과 같다.
45개 언론사가 최근 3개월 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언급한 기사를 분석한 결과 '남북정상회담'이 가장 높은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빅카인즈> |
◆ 3월 7일 기사 언급 가장 많아...임 실장 향해 "안희정 사건 기획했나" 직격탄 날려 화제
'남북정상회담'이 가장 높은 연관관계를 보였는데 홍 대표가 최근 '위장평화쇼'라고 명명한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건수를 봐도 홍 대표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혹평한 날 하루에만 45개 매체에서 122건의 홍 대표 기사가 쏟아졌다. 홍 대표와 가장 높은 연관도를 보인 단어 2위는 '지방선거', 3위는 '청와대'다. 예상 외로 '막말'은 순위권에 없다.
홍 대표가 언급된 기사가 가장 많이 등장한 날은 지난 3월 7일이다. 147건의 기사가 출고됐는데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회동한 날이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미투에도 무사하네", "안희정 사건 기획했냐" 등 막말을 투척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45개 언론사가 최근 3개월 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언급한 기사 개수 추이<자료=빅카인즈> |
홍 대표의 막말 행보를 보는 여야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국당 내에서는 '자제'를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반면 여당에서는 오히려 '경계감'이 느껴진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요즘은 그런 막말을 사람들이 안 좋아하니 좀 자제하자고 말씀을 드리면 '알겠다'고 하고선 또 하신다"고 아쉬워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보수 입장에서 보면 홍 대표의 말은 정곡을 찌르는 맛이 있다. 전략적으로 어휘를 사용한다.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sunup@newspim.com